휴가철이 절정이었던 지난주는 정신없으면서도 신나는 한 주였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셨거든요. 특히 농산물만 나누다 처음 뵙는 가족회원분들의 방문은 설레면서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계곡에서 수영하며 물고기도 잡고, 숲에서 날아온 사슴벌레도 잡고, 숯불구이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잠깐씩이라도 농사일을 함께 도와주셔서 정체됐던 일도 많이 풀렸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 들려주시는 일에 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좋은 분들이 다녀가셔서 한동안 힘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월 첫째 주에 발송되는 가족회원 농산물은 아주 풍성풍성합니다. 우선 토마토가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시기라 토마토도 많이 가구요, 잠시 중단됐던 대파도 이번 주부터 다시 발송해드리기 시작합니다. 지난주에 안내해드린 덤 풋고추는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신청자 분들께 듬뿍듬뿍 넣어드리려고 합니다. 많이 나오는 농산물을 이렇게 풍족하게 덤으로 나눌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흐뭇합니다.
여름철 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옥수수도 이번 주에 보내드립니다. 잘 자라던 옥수수가 7월 말 몇 차례 퍼부은 폭우에 사진에서처럼 반 넘게 쓰러져버려 수확량은 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회원분들께 인사드릴 정도는 나올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옥수수 색깔이에요. 심은 건 분명히 자줏빛 찰옥수수인데, 시험 삼아 몇 개 까본 놈들은 죄다 흰 얼굴을 내밀지 뭐예요. 자색 찰옥수수가 왜 백색 찰옥수수로 바뀌었는지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흰 찰옥수수를 키우는 주변 밭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우리 밭까지 날아와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바람피운 옥수수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옥수수는 받으시자마자 최대한 빨리 쪄서 드시는 게 좋아요. 며칠 둔다고 상하는 건 아니지만 당도는 점점 떨어지니까요. 바로 드실 수 없을 땐 껍질 채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해주세요.
옥수수 껍질은 반만 까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겉껍질을 하나도 안 벗기고 통째로 보내드리는 게 신선도 유지에는 가장 좋긴 하지만, 도시에선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옥수수 껍질 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또 껍질을 좀 벗겨내 보아야 벌레 먹은 놈들도 더 잘 골라낼 수 있구요.
이번 주엔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도 발송해드릴 예정입니다. 둘 중 하나만 넣을 예정이므로 어떤 분은 브로콜리, 어떤 분은 컬리플라워를 받게 되실 텐데요. 상황 봐서 다음 주까지 수확이 가능하다면 다음 주엔 될수 있는대로 바꿔서 받으실 수 있도록 조정해볼게요. 하지만 브로콜리란 놈이 워낙 순식간에 확 피어버리는지라 확실하게 말씀 못 드리는 점 이해해 주세요.
마늘은 올해 두 번째 발송이네요. 지난번에 보내드린 건 몇 개씩 생으로 먹어도 될 만큼 매운맛이 적은 난지형 마늘이었고요, 이번에 보내드리는 마늘은 추운 곳에서 더 오랫동안 자란 한지형 마늘이랍니다. 7월 20일 쯤에 수확해서 1주일 이상 바싹 말린 것이에요. 한지형 마늘은 저장 마늘이라고도 하는데 오랫동안 두고 드실 수 있습니다. 마늘을 많이 안 드시는 분이라면 서늘하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잘 두셨다가 김장 때 쓰셔도 무방합니다.
추운 겨울을 난 놈들이라 그런지 맛과 향이 굉장히 강해요. 마늘 농사는 강원도 횡성 산골짝에 사시는 저희 친정부모님이 지으셨답니다. 물론 농약이나 제초제나 화학비료 없이 유기농으로 지으신 것이구요.
부모님 사시는 동네는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라는 동네인데, 어찌나 춥고 일교차가 큰지 고랭지인 장수도 명함을 못 내밉니다. 올해 6월 1일에 마지막 된서리가 내렸다니 말 다했지 뭐예요. 요즘 같은 때에도 낮엔 33~4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엔 15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일교차가 커서 농산물들이 아주 맛나지요. 몇 년 동안 회원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콩, 마늘, 된장, 고춧가루 등 몇몇 품목은 횡성에서 가져와 보내드리고 있답니다.
고구마 밭이 잎으로 무성하게 덮여있어서 이번 주엔 고구마순도 발송품목에 넣었습니다. 고구마순은 나물로 볶아 먹거나 무쳐 먹어도 맛있고, 고추장 칼칼하게 풀어넣은 된장찌개에 넣어 먹어도 참 맛있지요. 하지만 고구마순 껍질 벗기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아 발송량은 아주 조금씩만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백화골에 놀러오셨던 가족회원 한 분이 가르쳐주신 방법인데, 고구마순은 엷은 소금물에 2~30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꺼내면 껍질도 잘 벗겨지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되는 일도 없다고 하네요. 이분은 이렇게 해서 해마다 고구마순 김치를 담가 드시고 계시대요.
고구마순은 이번 주에 발송하고 앞으로 한 차례 정도 더 발송해드릴 계획입니다. 가족회원 분들 중 ‘고구마순 껍질 벗기는 일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 고구마순이 많이 있어서 나물도 무쳐 먹고 김치도 만들어 먹고 싶다!’ 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다음 고구마순 발송 때 덤으로 더 넉넉히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기농 제철꾸러미 > 2006년~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장마, 백화골 푸른밥상의 하루 풍경 (20) | 2010.08.30 |
---|---|
단호박 이렇게 드세요 (12) | 2010.07.24 |
여름 쌈채소와 풋고추 (6) | 2010.07.15 |
까놈찐의 추억 (4) | 2010.06.29 |
양배추, 비트, 마늘쫑 장아찌 (7) | 2010.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