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을 수확했습니다. 색은 어두운 진녹색, 손톱 끝으로 눌러도 자국이 남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 껍질, 갈색으로 줄이 간 꼭지. 이 모든 게 단호박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는 징조입니다.
작년처럼 장마철 중간에 수확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도 빼지 않고 비만 억수같이 내렸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장마는 비 오는 틈틈이 해 나는 날들도 많은 덕에 짓무른 놈 하나 없이 모두들 단단하게 잘 여물었습니다.
수확한 단호박들은 다음 주부터 발송해드리려고 합니다. 대부분 다른 야채들은 받으시자마자 바로 드시는 것이 좋지만, 단호박 만큼은 인내심을 가지고 1~2주 정도 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후숙 기간 동안 단호박의 전분이 당분으로 전환되어 단맛이 훨씬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단호박을 후숙시킬 때는 그냥 상온에 두시면 되는데, 이왕이면 습기와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호박은 동글동글 모양도 참 예쁘지요. 집안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맛있게 후숙되기를 기다리는 재미도 느껴보세요.
이렇게 단호박을 상온에 두고 며칠 두다 보면 가끔씩 꼭지에 하얗게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습기 때문에 열매 속과는 상관없이 꼭지 끝에만 곰팡이가 생긴 것이므로 그냥 곰팡이 핀 꼭지 부분만 가위로 짧게 잘라내어 버리면 된답니다.
자, 이렇게 후숙 기간을 끝낸 단호박은 아주 다양하게 요리에 이용할 수 있어요.
단호박 요리를 하려면 먼저 겉면을 깨끗하게 씻은 뒤 찜통에 넣고 15~20분 정도 찝니다. 찐 단호박을 꺼내 사등분하고 속의 씨를 빼네세요. 고운 노란색이 꼭 요리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껍질은 벗겨내지 마시고 꼭지와 껍질의 거친 부분만 다듬어 낸 뒤 껍질 채 요리에 이용하는 것이 좋답니다.
이렇게 쪄낸 단호박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그냥 먹어도 좋구요, 다른 야채나 과일들과 함께 섞어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샐러드를 만들 때는 단호박을 큼직하게 썰어서 퍼근퍼근 씹는 맛을 즐길 수도 있고, 으깬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처럼 곱게 으깨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야채와 섞은 으깬 단호박 샐러드를 식빵 사이에 끼우면 맛있는 단호박 샌드위치가 됩니다.
으깬 단호박을 밀가루 반죽에 넣고 단호박 부침개를 해먹기도 하는데, 고운 노랑의 단호박 색깔 때문에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답니다.
단호박 죽도 맛있지요. 단호박과 찹쌀을 갈아서 푹 끓인 다음 적당히 소금 간을 해서 먹으면 되는데, 쌀가루를 넣지 않고 단호박만 끓여 먹어도 괜찮습니다.
여름날 더운 김 나는 요리가 싫으시다면 시원하게 단호박을 즐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찐 단호박을 큼직한 깍두기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우유, 꿀과 함께 믹서기에 갈면 간편하면서도 맛있고 시원한 단호박 쉐이크가 만들어진답니다.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팥빙수용 단팥이나 과일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여름 간식이 되지요.
이밖에도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단호박 요리들이 가능하답니다.
여름의 기운을 한가득 머금은 단호박들이 더위에 입맛 잃은 가족회원 분들 기운을 싱싱하게 북돋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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