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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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06년~2010년

까놈찐의 추억

백화골 2010. 6. 29. 22:50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철이 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까놈찐’이라는 태국 음식입니다.

저희는 여행을 좋아해서 농한기인 겨울이 되면 여행길에 오르곤 하는데요. 특히 태국을 좋아해서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구석구석 많이도 쏘다녔답니다.

(해외여행이라지만 럭셔리 여행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멀고, 길에서 생고생하는 여행을 주로 합니다. ㅠㅠ)

북쪽에서부터 내려와 남쪽 도시인 ‘뜨랑’에 머물 때입니다. 뜨랑은 남북으로 길죽하게 자리 잡고 있는 태국에서도 남쪽으로 한참 내려와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태국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몇 주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태국 음식만 줄창 먹어댔더니 향신료 냄새, 기름 냄새, 고기 냄새가 이제 더 이상 반갑지 않더군요.

더구나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날씨는 무덥고 습하지, 입맛은 없지... 그러다가 야시장 좌판에서 만난 음식이 바로 ‘까놈찐’입니다.

뜨랑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지방 음식인 까놈찐은 한마디로 카레 국수입니다. 삶은 쌀국수 사리 위에 카레 소스를 얹고 여기에 갖가지 신선한 생야채를 얹어 먹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삶지도, 볶지도, 양념에 버무리지도 않은 생야채가 그렇게 맛있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에 담백한 쌀국수와 연한 카레 소스의 조합이 생각보다 훌륭하더군요.

까놈찐을 파는 가게들은 식탁 위에 아예 적당히 자른 생야채들을 큰 쟁반에 담아 올려놓고 손님들이 알아서 덜어먹게 하는데요. 저희가 거쳐 간 곳들은 야채들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가장 저렴하고 흔한 제철 현지 채소들만 상 위에 올라와 있었으므로,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까놈찐 한 그릇의 가격은 15~20밧.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700원 정도입니다)

정말로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인 까놈찐.

한국에 돌아와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국수는 쌀국수를 구하기 힘들어서 그냥 보통 밀국수를 삶아 사리를 만들었고요, 밭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야채들을 썰어서 접시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카레 소스는 마트에서 파는 카레 가루에 양파와 허브 가루들을 조금 넣어 묽게 개어 끓인 뒤 식혀놓았습니다.

확실히 태국에서 먹던 까놈찐과는 달랐지만, 그런대로 맛있었어요. 마침 손님들이 와서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습니다. 한 명은 너무 맛있다며 자기도 집에 가서 꼭 해먹어보겠다고 했고, 또 한 명은 끼적끼적 하다가 더 못 먹겠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더군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으세요?

제철에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는 야채들은 다른 어떤 보약보다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들입니다. 요즘은 갖가지 생야채들이 홍수를 이루는 때죠. 우리나라에는 쌈을 싸먹는 음식 문화가 있어 여름철에 생야채들을 자연스레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태국에서 새삼스레 까놈찐에 반했던 것도 그만큼 생야채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야채들은 많이 있고, 맨날 먹는 메뉴는 좀 지겹고, 그렇다고 손 많이 가는 요리는 하기 싫고... 이럴 때 색다른 태국 음식 까놈찐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저희도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까놈찐을 먹으며 태국의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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