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 장이 또 넘어갔네요. 6월이 됐지만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아직 많이 쌀쌀합니다. 그래도 낮이 되면 어찌나 날씨가 좋은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세상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로 놀러 가고 싶지만, 밭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으니 매일 매일 밭으로 놀러가는 수밖에요. ^^
이번 주에 발송해드리고 있는 미나리입니다. 재배한 것이 아니라 산에서 자라는 야생 미나리예요. 산을 구석구석 훑고 다니다보면 이렇게 뜻밖의 군락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릅 군락지, 돌나물 군락지, 취 군락지... 이럴 땐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이에요.
산 속 깨끗한 곳에서 자라는 것이라 그런지 향이 아주 좋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미나리에 비하면 키가 많이 작은 편인데, 알고 보니 보통 판매되는 미나리는 ‘논미나리’라고 해서 개량 품종이라고 하네요. 이건 ‘돌미나리’라고 한대요. 논미나리보다 키도 작고 약간 질긴 감이 있지만 향은 훨씬 더 좋다고 합니다.
피를 맑게 해주는 미나리는 여기저기 쓰임새도 많은 야채예요.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생선 토막이 있다면 이참에 매운탕을 끓여보는 건 어떨까요. 고추장 풀어서 마늘 듬뿍 넣고 푸르르 끓이다가 불끄기 직전에 미나리 한 줌 올려놓으면 개운한 매운탕 찌개가 완성되지요.
초무침 종류 반찬엔 미나리를 끼워 넣으면 다 잘 어울려요. 오징어 데쳐서 미나리랑 같이 무쳐 놓아도 맛있고, 돌나물이랑 미나리를 같이 무쳐도 좋지요. 이밖에도 도라지미나리초무침, 미나리오이초무침 등 다양한 야채들과 짝꿍으로 맺어질 수 있어요.
물론 미나리 혼자만의 독무대도 가능하지요. 끓는 물에 아주 살짝 데쳐서 바로 찬물에 헹궈내세요. 물기를 꾹 짜내고 초장 양념(고추장, 다진 마늘, 식초, 매실효소나 설탕 약간)에 버무려 주면 간단하게 맛있는 미나리 무침이 된답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생미나리를 쌈으로 곁들여 먹어도 좋구요.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덧붙이자면, 미나리는 석유 냄새 비슷한 특유의 향이 있어요.
작년에 미나리를 발송하고 난 뒤 회원 한 분이 문의를 해오셨는데, 미나리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산 속에서 채취한 것이라 절대 기름 같은 것에 오염될 일이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그게 바로 미나리 자체가 갖고 있는 특유의 향이었어요.
우리에겐 미나리가 워낙 익숙해서 못 느끼지만, 처음 미나리를 먹는 외국인은 ‘석유 냄새가 난다’며 못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지난주에 보내드렸던 고수풀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장품 냄새가 난다’며 못 먹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지요. 야생 미나리라 향이 진하다보니, 미나리만의 독특한 향이 낯설게 느껴지셨던 것 같아요.
그럼 미나리 요리와 함께 맑은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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