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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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힘든 2006년 농촌 여름, 장마에 태풍, FTA까지 (2006.07.11)

백화골 2009. 3. 4. 09:47

태풍이 지나갔다.

무서운 하루를 보냈다. 가족회원제 발송날이라 어쩔 수 없이 태풍 한가운데로 나가 일을 했다. 하우스 안에서 토마토를 따는 데 하우스가 계속 들썩들썩 하는 게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줄을 튼튼히 매놓긴 했지만 얼마나 무섭던지 게다가 태풍 때문인지 유난히도 하우스 안에는 두꺼비, 개구리, 뱀들이 득실거렸다. 까치 독사가 아무리 막대기로 쳐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비바람을 맞으며 호박밭에 가보니 지주대가 완전히 쓰러져 있었다. 초보라 세울 때 고생 많이 한 건데... 당연히 열매 맺혀있던 어린 호박들은 다 떨어지고, 게다가 이제 막 수염이 터지기 시작한 옥수수가 완전 작살이 나 있었다. 작년에 제대로 못 키워서 올해에는 모종도 일찍 하고 추비도 주고 하며 잘 가꾸어온 터였다. 키가 쑥 커져서 빨리 자라다보니 바람에 위쪽 대가 다 끊어져버렸다.

그 옆에 방울토마토며 고추, 가지, 피망도 쑥대밭처럼 변해 있었다. 피해가 경제적으로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피해액의 대소여부를 떠나 정성껏 키우던 작물이 하루아침에 절단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비바람은 계속 몰아치고, 평소 1시면 끝날 발송 작업이 5시가 되어야 겨우 끝났다.

저녁이 되니 태풍이 좀 잦아들었다. 모임이 있어서 차를 타고 아랫마을을 지나는 데, 논밭들이 엉망이다. 고추를 심어놨던 하우스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하우스 짓느라 고생했을 터고, 저 고추로 근근히 생활해야 할 분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올해 날씨는 유독 농사를 안 도와주는 것 같다. 봄에는 지나치게 비가 많이 왔고, 장마도 엄청 길다. 과수는 익어가지 않고, 빛깔도 제대로 안 난다. 게다가 이번 태풍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더 큰 태풍이 바로 서울에서 불어닥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장수군농민회에서 문자가 왔다. 내일 FTA 반대 범국민 2차 집회가 서울에서 있다고 9시에 출발한단다. 정말 바쁜 농사철인데, 할 일은 쌓여있고 태풍 피해복구도 해야 하는데, 많은 농사꾼들이 논밭일 접어놓고 내일 서울로 향할 것이다.

흐뭇하게 자라주던 옥수수가 강풍에 많이 넘어갔다.

고추랑 가지도 많이 쓰러졌다.

호박 지주대가 옆으로 누웠다.

평화롭게 졸졸 흐르던 장계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기어이 아랫집 나무도 넘어가고...

집 앞 화단에서 자라던 코스모스는 말할 것도 없다.

고추를 심어놓았던 아랫마을 하우스가 통째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