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작목반원들과 함께 광주 중앙청과 공판장에 다녀왔다. 작년에 완두콩과 상추를 공판장 출하로 팔아본 경험이 있어서 공판장에서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는지 궁금하던 터였다. 여름 상추 재배(여름 상추는 장수 같은 고랭지에서나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좋다)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자는 마음으로 작목반원들과 함께 광주로 향했다. 내려갈수록 왜 이렇게 날씨가 뜨거워지는지, 장수는 여름에도 시원한 지역이라 광주의 더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광주 중앙청과 공판장에 들어서자마자 북적대는 차들 때문에 주차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스팔트에서 지글지글 끓어올라오는 더위와 빽빽한 차들, 북적대는 사람들...여기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판장이구나.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큰 실내 장터가 펼쳐져 있다. 각 코너별로 경매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말로만 듣던 경매 현장. 마이크 잡은 경매사가 무지 빠르게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냥 멍하니 서서 구경하고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고성이 오가며 싸움이 벌어진다.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런데 오이 20kg에 4천원은 너무 심했다. 박스 하나에 들어가는 오이만 해도 수십 개일 텐데...…
농산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중간 상인들. 박스를 하나하나 뜯어 속을 뒤져보고 하나씩 먹어도 보고.
다 살펴봤는지 다들 계산기 같이 생긴 기계를 들고 뭔가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전자경매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기계에 가격을 누르면 제일 좋은 가격을 매긴 사람에게 낙찰이 된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고랭지 상추는 큰 일교차 때문에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맛이 살아 있어 광주 공판장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게 바로 제일 잘 나간다는 장수군 번암면 적상추. 장수군 장계, 계남면 농부들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작목반 회원들이 이번 여름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정말 정성스럽게도 포장했다. 공판장에서는 농산물의 맛보다는 빛깔과 겉모양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눈으로 먹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기에 맞추려다보니 농부들이 농약을 갖다 붓고 출하 전에는 코팅제 등 인체에 해로운 것들을 쳐서 보기에만 좋게 출하한다. 상추는 농약을 치지 않아도 문제없이 잘 자라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에 비해 안전한 편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상추. 이게 최고 가격을 받는 상추 포장이다. 끝과 가운데에 조금씩 공간이 남고 가로로 다섯줄씩 차곡차곡 맞닿아 쌓았다. 한 잎 한 잎 따는 일도 힘든 데 이렇게 포장까지 예쁘게 하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작년에 우리도 처음에는 가격을 잘 못 받다가, 포장 기술을 제대로 익힌 뒤부터야 좋은 가격을 받았다. 똑같은 상추였는데도 말이다.
공판장에서 어떤 상추가 가격을 잘 받는지 살펴보고 경매사들에게 작목반 선전을 하며 인사한 뒤 남원 광한루로 향했다. 매일 새벽별 보며 일어나 저녁별 볼 때까지 일에 치어 살던 반원들이 오랜만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작목반원 중 최고령자이신 이장님 부부가 젊은 사람들 뺨치는 금슬을 자랑하며 이도령과 춘향이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하루 종일 얼굴 맞대고 같이 농사짓다 보면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끈끈한 동지이자 벗이 돼가는 것이 바로 시골 농부 부부들이다.
공판장은 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 농촌 현실이 어려워지는 게 공판장으로 대표되는 중간 유통 단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그래서 중간 상인들을 이유 없이 미워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공판장 중간상인들도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다들 지쳐 보이고 힘들어 보였다. 이들도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이 악물고 일하는 사람들일 터. 문제는 유통 시스템이겠지. 참 어려운 문제다.
'농부의 하루 > 2005년~200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잠깐 그친 사이 (2006.06.26) (0) | 2009.03.04 |
---|---|
장마와의 전쟁, 깊게 참호를 파라! (2006.06.23) (0) | 2009.03.04 |
미네랄 뜨러 통영에 가다! (2006.06.06) (2) | 2009.03.04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장수군 방문 (2006.05.06) (0) | 2009.03.04 |
두 번째 토마토 정식 (2006.04.27) (0) | 2009.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