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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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백화골의 여름 휴가철

백화골 2009. 8. 11. 10:10

여름 휴가철이다. 휴가를 맞아 놀러오는 손님들이 마을에 북적이면서 마을 사람들도 덩달아 마음이 붕붕 뜬다. 시간을 내어 계곡에도 가고 바다에도 놀러 간다. 농사일 하는 흐름에서도 빽빽하게 줄 서 있던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가을 작물 들어가기 전까지 한숨 돌릴 만한 여유가 생기는 철이기도 하다. 

장수에는 이름난 관광지가 없다. 워낙에 덜 알려진데다 홍보가 잘 안 되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방화동 계곡, 장안산, 토옥동 계곡, 지지 계곡, 덕산 계곡, 와룡휴양림 등이 나름대로 이 지역 출신들한테는 유명한 곳인데, 휴가철이면 반짝 사람들이 모여들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피해 조용하고 물 맑고 깨끗한 계곡을 찾아간다. 해마다 손님이 오면 지역 토박이 형님들의 소개로 여기저기 숨은 계곡들을 찾아가 보는데, 올해 간 곳은 주차하기도 쉽고 물도 무척 깨끗했다. 온 몸을 풍덩 물 속에 담그고 눈을 감으니 불볕 더위도 금새 사라졌다.

손님들과 함께 처음으로 찾아가 본 장수 경주마목장이다. 작년에 새로 생긴 곳으로 집에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도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없어 이제야 구경하게 된 것이다. 자연을 깎아내고 파괴해서 만든 곳. 뭐 사연을 들어보면 그다지 기분 좋을 리 없는 곳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종 경주마들을 여기서 키워서 경마장으로 진출시킨다고 한다. 말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으로 뭔가 이야기하는 듯 해서 재밌었다. 특히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휴가철이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온통 고기 구워 먹느라 정신 없다. 손님들이 다녀간 뒤 마을 이웃들과 고기 안 구워먹기로 하고는 근처 계곡으로 놀러갔다. 물이 깊고 깨끗해서 수영하기 좋은 곳이었다. 아이들은 물 속에 들어가 나올 줄을 모르고, 어른들도 다슬기 줍기에 푹 빠져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논개 생가지라는 곳이다. 논개가 진주 사람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수가 고향이다. 그래서 장수에는 논개를 기리며 이것저것 관광 상품으로 만든 곳들이 많지만 관람객은 거의 없다. 사람 없는 드넓은 공원은 낮잠 자기 딱 좋다.

와룡휴양림 물 썰매장이다. 시설은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순 없지만, 함께 간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이불을 빨아 말린다. 여행지에서 깨끗한 이불이 나오는 숙소를 좋아해서 든 버릇이다. 깨끗이 빨아 일광욕 한 이불에선 햇볕 냄새가 난다.

장수에는 여름 휴가철과 광복절 전후로 외지로 떠난 사람들이 잠시 돌아온다. 광복절은 왜일까 했더니 그 때 동시다발적으로 동창회와 향우회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절이면 계곡이며 길거리가 쓰레기로 뒤덮힌다. 도시에서는 그렇게 안 살 것 같은데, 고향에 오면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매년 불꽃놀이를 한다. 아주 짧은 시간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집 툇마루에 앉아 구경하는 재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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