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보릿고개다. 가을에 수확한 먹을거리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우리 조상들이 가장 살기 어려웠다는 4, 5월. 시골에 와 보니 정말 실감나는 말이다. 작년에 수확하여 저장해 놓은 각종 먹거리도 다 떨어져 가고, 여름 가을 지천에 깔렸던 풍성한 농산물이 그립기만 하다. 이 시절 우리 조상들이 그나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은 4월 중순부터 산에서 솟아나는 각종 산나물, 들나물 덕분이었을 게다.
요즘 같은 시대에야 마트 가서 제철 아닌 농산물 사 먹으면 되기 하지만, 그래도 시골까지 내려와서 그러긴 싫고. 그래서 아주 가슴깊이(^^)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나던 지난 주, 우연히 마을 뒤 백화산에 올라가 보니 고사리, 취나물, 산두릅, 원추리, 쇠별꽃, 쇠비름, 까치발 등 산나물들이 조금씩 솟아올라와 있었다. 장수가 워낙에 고랭지인지라 아직도 새벽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 탓에 본격적으로 산나물이 자라진 않았지만 제법 산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산나물 비빔밥을 해 먹었다. 한동안 우리 밥상에는 산나물 비빔밥, 산나물 된장찌개, 산나물 김치찌개 등이 올라올 터이다.
산나물은 먹을 땐 좋은데 채취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도 없는 산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특히 고사리 같은 경우 동네 할머니, 할아버니들이 부지런히 꺾어 가시기 때문에 우리 같이 아직 산에 덜 적응된 초보 농부들은 험한 산골짜기로 가야만 고사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고사리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천천히 살펴봐야 보인다. 산불이 난 곳이거나 상판(나무 종자를 바꾸기 위해 기존에 있었던 나무를 베어버리는 일)한 곳 중 양지 바른 데 주로 난다. 한 자리에서 보통 9번까지 새로 순이 올라온다고 한다. 이 새 순을 꺾어 삶아 말린다.
자연산 산고사리는 귀하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중국산 고사리와는 맛을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4월말에서 5월이면 시골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산에 올라 고사리를 꺾어 판매한다.
막 따온 고사리를 씻어 2분 정도 팔팔 끓이고 그늘에서 말리면 되는데, 한 보따리를 꺾어다 삶아 말리면 한 줌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든다. 작년엔 마음만 먹었지 제대로 고사리를 못 따서 올해엔 판매할 정도로 채취할까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듯 싶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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