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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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장수군 방문 (2006.05.06)

백화골 2009. 3. 4. 09:28

반가운 손님이 마을에 찾아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5월4일 0시에 우리마을에 방문했다.  진강이네 집에 0시에 도착한 강 의원은 아침 6시에 마을을 출발, 장수군 전역을 돌며 5.31 지방선거에 나선 장수군 후보자들과 함께 민주노동당을 알리고자 강행군을 했다. 마을에 머무른 시간은 6시간밖에 안 되는 셈. 그래서 강 의원의 방문을 모르는 마을 주민도 몇 있지만, 당원인 주민들로서는 아주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평소 세심하고 사려심 깊은 진강 아빠는 강 의원이 머무를 방에 수건이며 휴지, 깨끗한 이불 등을 예쁘게 갖추고 호텔처럼 대접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나중에 들은 마을 주민들은 “휴지에다 수건이라니... 그건 여인숙 버전이잖아요” 하면서 웃었다. 그래도 진강 아빠 참 고생 많이 했다. 정말 열심히 사는 좋은 사람이다.

강 의원은 우리 마을 총 12가구 중에 7명이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했더니 “좋은 마을에 사시네요”하면서 좋아하셨다. 작년 겨울 보수정당 주도하에 국회에서 통과된 쌀 개방 국회비준을 반대하면서 29일 동안이나 단식을 하셨다더니 몸이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체구도 상당히 작고. 하지만 뭔가 강한 힘이 느껴졌다. 강 의원은 번암면, 산서면, 장수읍, 계남면, 장계면을 후보자들과 함께 순회한 후 진안으로 가셨다.

강 의원은 한 때 농촌총각 결혼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고 한다. 사진은 당시 강 의원이 주선하여 결혼시킨 커플. 무지하게 반가워하셨다. 남자분이 현 장수군 계북면농민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서 농촌 총각과 결혼하고자 내려온 분이니 이 형수님 무지하게 강하고 멋지다. 남자들도 힘든 경운기 운전도 직접 하신다고...

사람들이 강 의원의 콧수염에 대해 말이 많은데, 사연인 즉 농촌총각 결혼 대책위원회에서 첫 번째 쌍을 결혼시킬 때까지는 머리카락과 수염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콧 수염의 시작이라고 한다. 나중에 자신이 직접 대책위 간사와 결혼하는 농촌 총각 행복의 주인공기 되기도 했다. 100여 쌍의 커플을 맺어주셨다고 한다.

강 의원과 함께 오전 나절 여기저기 돌다 들어와 보니 배추가 배룩벌레의 습격으로 전멸 위기에 놓여 있었다. 최근 며칠 하우스 짓는 일을 도우러 다니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농사일에 바빠 며칠 신경을 못 써줬더니 배추가 완전 곰보가 되어 있었다. 작년 가을에는 배추 벼룩벌레를 생선액비(생선을 흑설탕에 발효시킨 것, 냄새가 고약하여 벌레가 도망가고 액비로도 좋다고)로 잡았는데 아무리 뿌려도 어림없었다. 봄에는 다들 배추를 무농약으로 키우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틀 간 ‘자리공 기피제(먹으면 입이 마비된다는 자리공과 마늘, 현미식초 등을 함께 발효시킨 것)’, 목초액을 쳐줬지만 가망이 없어 보인다. 지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벼룩벌레가 활동을 못하니 내일 오전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기피제를 쳐줘봐야겠다.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는 수밖에. 하여간 농사는 하루도 신경을 안 쓰면 어렵다. 매일 매일 긴장하고 작물과 함께 해야 성공하는 일인 듯 싶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 지 신경 쓰지 못했다. 고랭지라 늦게 잎이 나고 꽃이 피는 우리 마을. 오늘 보니 나무들에 무성하게 잎이 피어 나 있다. 푸르른 계절이 시작됐다. 새 생명들이 하나둘 씩 제 자리를 잡아가는 봄, 아름다운 숲의 풍경을 돌아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깊은 산골에 푸르른 5월이 제대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