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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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토마토 정식 준비로 할 일은 많은데, 3일째 강풍은 불어대고... (2006.04.20)

백화골 2009. 3. 4. 09:20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잠을 설쳤다. 새벽 4시가 돼서야 겨우 선잠이 들었다. 며칠 전에 심은 양상추, 배추며 완두콩, 자주감자가 제대로 뿌리도 내리기 전에 바람, 한파에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고, 문짝 들썩이는 소리며, 밖에서 이것저것 날아가는 소리, 회오리바람 소리, 천둥소리, 소낙비 소리까지 들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우스 비닐이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새벽에 점검하러 나가는데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4월 말에 눈이라. 온도도 영하로 내려가 있고. 아무리 해발 550m의 고랭지라지만 추워도 너무 춥다. 봄이 온 듯 싶었는데...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따뜻해지려는지. 잘 모르겠다.아침에 일어나서 하우스에 올라가 보니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져 있다.

작년 2월에 하우스를 만들었는데, 급하게 일을 진행한 터라 날림으로 만들어 논 문짝이 결국 완전히 떨어졌다. 비닐도 적잖게 찢어져 있고. 그리고 마을밖에 빌린 노지밭에 가보니 막 올라오던 자주감자 싹들이 반 정도는 얼어죽어 있다.

다행히도 양상추, 배추, 완두콩은 멀쩡하다. 그렇게 강풍이 불고 추웠는데도 아주 작은 식물들이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다는 게 대견스러웠다. 이제 막 피어오르던 완두콩 싹도 그대로 파릇파릇하고, 다들 괜찮았다.바람이 심하게 불어 작업하기 힘들었지만 하우스 문짝을 다시 붙이고 잘 고정시켰다.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는 피스 못 하나 제대로 못 박았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조금씩 능숙해졌다.

하우스 문짝고친 뒤 토마토 정식 준비를 했다. 골타기를 마무리하고 점적 호스를 깔고.... 비닐 멀칭까지 하려 했으나 추워서 일을 그만 접고 내려왔다. 대단한 강풍이다. 아랫마을에서는 창고가 날아간 집도 있고, 하우스 몇 동의 비닐이 날아갔다. 거리 곳곳에 막걸리 병이며 쓰레기들이 날아다니고 다들 못자리 낸 비닐은 괜찮나, 밭 배수로로 흙이 쓸려 내려가지는 않았나, 하우스 비닐은 괜찮나 점검하며 하루를 보냈다.  

시골에서는 자연재해가 정말 무섭다. 도시에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는데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거나 눈이 많이 오거나... 항상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것저것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TV 없이 살지만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는 매일 매일 확인해야 한다.

강풍으로 비닐이 훼손된 선우네 하우스, 선우아빠가 하우스에 닭을 키운다고 닭집을 지으며 애를 쓰고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작업하기 힘들어보였다.

자세히 보면 왼쪽 집 창고 지붕이 오른쪽으로 날아간 게 보인다.이 집은 오늘 하루종일 주변 이웃들과 함께 날아간 창고 보수를 하느라 분주했다. 

완두콩 싹이 밤새 죽지 않고 파릇파릇하다.

양상추와 배추가 강풍에도 끄덕않고 잘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