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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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봄 채소 수확 끝내고 여름 작물 심다 (2008.07.01)

백화골 2009. 3. 4. 12:46

6월이 가고 7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해발 550m 고랭지의 혜택을 톡톡히 맛보는 계절이다. 우리 마을의 여름은 30도 이상 올라가는 날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아주 더운 날은 1주일을 넘지 않는다. 좀 덥다 싶으면 가까운 계곡에 가서 물에 몸을 담그면 시원해진다. 봄에 비해 농사일이 조금 줄어들어 나름대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 주말부터 여름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봄에 씨 넣어서 수확한 양상추, 감자, 브로콜리, 상추, 배추 등이 심어져 있는 밭을 시원하게 갈아엎고 퇴비를 다시 넣고 작물을 심었다. 밭을 정리하면서 우리 인생도 가끔 이렇게 싹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서 자근 자근 쉬어가면서 여름 상추, 오이, 단호박, 샐러리, 쌈배추 등을 심었다. 오랜만에 밭 만들고 어린 모종을 심으니 기분이 새롭다.

봄 오이 농사가 잘 안 됐다. 한창 쏟아져 나올 시기에 진딧물을 제 때 못 잡아서 수확량이 적었다. 여름 오이는 초반에 조금만 관리를 잘 해주면 성장세도 좋고 수확량도 많다.  

집 앞에 울타리용으로 심은 사철나무가 새 순이 예쁘게 돋아난다. 여름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큰다더니 역시 쑥쑥 잘 올라온다. 

양상추, 완두콩, 브로콜리 등 봄에 넣은 작물은 양배추를 빼고 수확이 끝났다. 당분간 땅을 좀 쉬게 한 후에 가을 감자를 심을 예정이다.  

옥수수가 키가 훌쩍 컸다. 그런데 키만 크고 꽃이 안 피어서 걱정이었는데...

며칠 사이 살그머니 수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맛있는 옥수수가 달릴 것이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 심어 혼수 장롱을 만들어 준다던데, 오동나무는 정말 쑥쑥 잘 자란다. 

담배를 좋아하는 한 이웃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담배(!)를 피워보겠다며 텃밭에 키운 담배다. 잎은 이미 다 따서 말리고 있고, 씨를 받으려는지 꽃대만 남겨두었다. 담배꽃이 이렇게 어여쁜 지는 처음 알았다.  

비가 잠깐 그친 사이. 앞산 자락이 손에 잡힐 듯 대기가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