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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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매미만 신바람 났다, 땀 줄줄 흐르는 폭염 (2008.07.08)

백화골 2009. 3. 4. 12:48

오늘 낮에 가을 수확용 늦옥수수를 심었다. 겨우 한 고랑 심는 거라 2~30분이면 되겠지 하고 심기 시작했는데, 10초도 지나지 않아 땀이 줄줄줄 흘렀다. 정말 ‘줄줄줄’이다. 사람 몸에서 이렇게까지 땀이 흘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머리도 어질어질 핑핑 돌기 시작한다. 

평상시 같으면 오기로라도 끝까지 옥수수를 심었을 텐데 더워도 너무 더웠다. 날씨를 우습게 보고 덤빈 것을 후회하고 얼른 집으로 피신했다.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 뉴스를 보니 국토대장정을 하던 대학생 한 명이 폭염에 행진하다 사망했단다. 겁이 살짝 났다. 아이고, ‘더위 그까이것’ 했다간 큰일나겠구나.

백화골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1년에 1~2주 밖에 안 되는 ‘한여름다운 한여름’이 바로 지금이다. 며칠 전 드디어 솜이불을 정리해 이불장 깊은 곳으로 보내고 얇은 이불을 꺼냈다. 오늘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 3일 째. 물론 지금까지 최고 온도는 31도까지밖에 안 올라갔다. 36~7도를 기록한 다른 지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날씨지만, 어차피 인간이 느끼는 날씨는 상대적인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에 흐린 날들이 많았던 터라 더위가 몸 속 깊숙한 곳까지 느껴진다.

최대한 한낮에 일하는 것은 피하려 하지만,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낮에 하우스에 들어가게 된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 권투 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이 체중 조절하느라 힘들다던데, 하우스에서 두시간만 일하면 하루 1kg씩은 거뜬히 뺄 수 있다. 실제로 요 며칠 새 체중이 줄었다.

폭염 속에 일하다 보니 새삼 농사일이라는 게 정말 힘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 끼니 자연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으면서도 한 여름에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지어 얻은 결실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못 해봤던 예전 도시 생활이 반성이 된다. 겨우 몇 도 더 올라갔다고 이렇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헉헉거리다니,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