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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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89

시원한 고랭지 여름 농사

“강릉과 대구 등에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 밤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장수가 14도로 가장 낮은 밤기온을 기록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장수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장수군은 예전부터 무진장으로 불리는 오지 중의 오지, 대부분 해발 500m 이상 고랭지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소외됐던 지역인데,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 전북 장수군이라도 아무리 말해도 전남 장수군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북 장수군 계남면에 산다고 말해도 ‘너 장수마을 산다며?’ 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서울에서 3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데도 아주 먼 남쪽 나라에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것도 매번 전국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뿐이다. 아무튼, 고랭지 ..

농사 다이어트

하루가 정말 길어졌습니다. 할 일이 태산이므로 길고 긴 하루는 선물과도 같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지, 그 긴 하루로도 모자라 사람들은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일을 합니다. 심지어 트럭이나 헤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낮의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면 갑자기 일에 대한 의욕과 욕심이 펑펑 샘솟는답니다. 땀에 젖은 모자를 내팽개치고 있는 힘을 다해 번개처럼 손을 놀립니다. 이러다보니 저녁식사 시간이 8시 반, 9시, 9시 반... 점점 늦어집니다. 가무잡잡한 이웃들의 얼굴도 점점 더 뾰족해집니다. 작업복으로 변한 도시에서 입던 양복바지들이 어찌나 헐렁헐렁한지 마치 허수아비 같습니다. 바야흐로 농민들이 가장 빼빼 마르는 계절이랍니다. 우리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

참외 정글과 토마토 숲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찔끔 찔끔 비가 내리곤 내리 쨍쨍 해가 뜬다.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는지 비 피해 없느냐고 연락이 오는데, 여긴 웬일인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작년에도 장마 기간 내내 비가 많이 안 왔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습도만 높아서 더 덥게 느껴지는 날씨다. 금요일 오후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서둘러 끝내고 2차 대파를 심었다. 대파는 씨를 넣고 물을 아주 많이 주어 모종을 키워 옮겨심기를 한다. 조금만 시기가 지나면 꽃대가 올라와서 기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토마토 잎이 많이 자라서 하우스가 숲처럼 변했다. 수확 2, 3주 전인 지금이 토마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때다. 적화(적당히 꽃 따주기)와 적과(달린 열매 수량 조절하기), 적엽(너무 많이 ..

긴 가뭄 속에 여름이 시작되다

비가 계속 안 내린다.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 속에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가물어서 이것저것 걱정스럽긴 하지만 초여름 기온이 일하기엔 참 좋다. 이번주엔 농산물들이 많이 쏟아져서 포장해서 보내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옥수수 밭에 비닐 멀칭을 하면 비닐을 뚫고 들어가는 버팀 뿌리 때문에 나중에 비닐 거두기가 참 힘이 든다. 그래서 멀칭을 안 하고 옥수수를 심었더니 역시나 풀이 정말 많이 났다. 옥수수도 비리비리하게 잘 크지 못하고 있다. 주말 내내 옥수수 밭 풀을 뽑았다. 다음엔 그냥 멀칭하고 심어야지. 당근을 수확했다. 아직 크기가 작아 다음 주에 수확할까 하다 그냥 뽑아서 보냈다. 크기는 작아도 이 시기를 놓치면 크지만 맛없는 당근이 돼버린다. 대부분의 작물은 약간 ..

풀과 함께 보낸 토요일

농민에게는 주말이 없다. 아직 도시의 때가 덜 벗겨진 나는 주말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여가생활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욕심일 뿐. 아침에 하우스에 물과 액비를 주고 들어와 “바람이나 쐬러 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옥수수 밭으로 바람쐬러 가자”고 한다. 밭에 풀이 가득하다. 그래서 하루종일 밭 주변에서 풀을 뽑으며 바람을 쐬었다^^... 일하다 잠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면소재지에 나가는 길, 멀쩡한 보도블록을 까 뒤집고 있다. 내년에 지방자치 선거가 있어서인지 요즘 장수군은 전체가 무슨 건설 현장 같다. 어지간한 산길은 다 포장이 되고, 수십 년 간 별 일 없던 냇가 주변도 다 뒤집어서 새로 정비를 한다. 마을 밖에 빌린 노지밭이다. 시골 사람들은 인사와 풀로 사람을 판단한다...

양상추, 비트 수확, 오디가 익어 가는 시절

아침에는 짙은 안개, 낮에는 해가 쨍쨍 뜨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독특한 날씨가 이어진다. 인도나 네팔의 우기 날씨 같다. 간간이 내리는 비 덕분에 가뭄에 시달리는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물론 풀도 함께 잘 자라서 풀 매는 시간이 늘어간다. 밭에 나가보면 어찌나 할 일이 많은 지 잠잘 때도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 정도다. 작년보다 땅 규모를 줄였는데도 할 일이 태산이다. 참 농사일은 끝이 없는 고단한 노동의 연속이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아주 편하고, 또 보람 있는 일이어서 많은 행복을 안겨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여름 작물 밭에 심고, 양상추와 비트 등을 수확하고, 곁순 지르고, 풀 매며 지낸다. 하우스 감자를 심었던 자리에 퇴비와 미생물을 넣고 며칠 땅을 쉬게..

샐러드가 좋아요

백화골에 샐러드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며칠째 밥상 위에 올라오는 반찬이 거의 비슷합니다. 밥, 김치, 샐러드. 왜 하필 샐러드냐구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첫째, 복잡한 반찬을 만들 시간이 없습니다. 농촌에서 5, 6월은 사돈댁에서 잡은 결혼식 날짜도 미룰 만큼 바쁜 철이랍니다. 일, 일, 일! 밭에서 허리 한 번 펼 때마다 주인의 손길을 목 길게 빼고 기다리는 작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일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어요. 하루 세 끼 밥 먹을 때마다 복잡하게 끓이고 볶고 졸이고 할 여유가 없습니다. 샐러드는 야채에 소스만 얹으면 되니까 뚝딱! 그야말로 자연식 패스트푸드지요. 둘째, 각종 야채들을 처리(?)하는 데 샐러드만한 메뉴가 없습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부터 밭에서 온갖 야채들이 쏟아져..

봄 작물 수확, 풀 뽑고 곁순 지르고… 5월이 지나가다

브로콜리, 하우스 감자, 배추, 봄무 등 봄 작물 수확을 마쳤다. 2월 중순부터 땅 만들어 씨를 넣고, 춥고 따뜻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와 병충해를 이기며 키워온 소중한 작물들이다. 지난 2주 동안 봄작물을 수확하느라 무척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벌써 5월이 지나갔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어느새 밭 구석구석에 풀들이 기세 좋게 자라기 시작하고 토마토와 고추, 참외 곁순이 손길을 기다린다. 너무 바빠서 신경 못 썼더니 풀들이 야금야금 밭 가장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지금 풀을 못 잡고 장마를 맞으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란다.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낫을 들고 나섰다. 하우스 끝에 심은 대파가 풀에 갇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다. 풀 뽑는 일처럼 속 시원한 일도 없다. 풀들을 뽑아내..

마을 주민이 늘었어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 우리 마을에선 새로 온 생명을 축하하는 조촐한 모임이 벌어졌습니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 맞는 것 같습니다. 윗집 이웃이 넷째 아이를 무사히 순산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답니다. 넷째 정도 되면 예정일 훨씬 전에 어느 날 밥 먹다가 ‘쑴풍’ 하고 뚝딱 나와줄 줄 알았는데 예정일이 며칠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주변 사람들의 애를 태우더니, 4kg의 당당한 체구에 장군감으로 생긴 사내아이가 드디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넷째 아이 출산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시골에선 그리 드문 일도 아니랍니다. 주변 이웃들을 보면 아이가 셋, 넷씩 되는 집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양육비니 교육비 부담이 덜해서인지 시골에선 도시보다 확실히 아이를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