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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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꾸러미 회원 모집 마감, 토마토 정식, 울타리 만들기

백화골 2019. 4. 13. 23:03

백화골 농부의 하루

꾸러미 회원 모집 마감, 토마토 정식, 울타리 만들기

 

 

 

 

안식년답게 쉬엄쉬엄 농사지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농사지을 계획인지라 동네에서 900평 정도 되는 땅을 더 빌렸습니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계속 농사지오시다가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서 몇 년 묵혀두었던 땅인데, 산 속에 뚝 떨어져 있어서 유기농으로 농사짓기는 참 좋지만 문제는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제 집 드나들듯 오가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울타리부터 치지 않으면 농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태양광 자가발전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하고 며칠 동안 이모저모 알아보다가 드디어 자재를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에서 일부 비용을 보조해주는 지원사업으로 울타리를 설치했었기 때문에 전문 업체가 와서 알아서 다 설치해주었지만, 올해는 지원사업 대상이 되지 못한 터라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고민 끝에 직접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 다 그렇듯 간단해 보이는 일에도 시행착오가 따릅니다. 농사짓는다고 하면 흙 만지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 가지 시설 설치와 관련된 일이 상당합니다. 오늘도 울타리 말뚝을 만들기 위해 쇠파이프를 자르고, 파이프에 부속품을 끼워 넣는 일을 했습니다. 낭만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지만 일을 하는 공간만큼은 꿈속처럼 낭만적이었습니다. 벚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이 보드라운 융단처럼 마당을 하얗게 뒤덮은 가운데, 바람이 불 때마다 찬란한 봄볕 사이로 벚꽃 잎이 살랑살랑 내려앉습니다. 일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연둣빛으로 물든 앞산의 나무들이 출렁입니다. 이런 호강을 이렇게 아무 대가 없이 누려도 될까, 자연 앞에 문득 송구스런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린지라 그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토마토 모종들도 하우스 본밭으로 내보내 심었습니다. 토마토를 심기 전에 높은 곳에 유인줄부터 설치해야 하는데, 키가 큰 제시카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 모종인데도 특유의 상큼한 토마토 냄새가 벌써부터 향긋합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산나물 뜯어서 같이 밥을 먹다가 제시카가 어제 그린 거라며 백화골 농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 일기를 보여줍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써놓은 걸까요?

 

 

2019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회원모집은 감사하게도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1년을 쉬었는데도 잊지 않고 회원 신청을 해주신 단골 가족회원 분들의 이름을 볼 때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고마운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길은 그저 우리가 그동안 해온 대로 열심히 농사지어 건강한 채소들을 길러내는 것밖에 없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