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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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밭 갈고, 파종하고, 낙엽과 퇴비 뿌리며 봄맞이

백화골 2019. 3. 4. 12:55

- 백화골 농부의 하루

밭 갈고, 파종하고, 낙엽과 퇴비 뿌리며 봄맞이

 

여행 마치고 돌아와 어느덧 한 달이 흘러갔네요. 그동안 모종을 키울 작은 온상을 하나 만들고, 파종을 하고, 산에서 낙엽을 모아 밭에 뿌리고, 밭을 작은 굴삭기로 뒤집고, 퇴비를 뿌리며 지냈습니다.

 

 

파이프를 자르고 박는 일을 추운 날씨에 하다 보니 힘이 듭니다. 땅도 얼고 사람도 얼고, 하지만 힘을 모아 열심히 일하다 보니 뼈대가 잘 만들어지고 금세 10평 정도의 온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비닐을 씌워 놓고 보니 꽤나 멋집니다. 이 온상에서 이제 앞으로 키울 모든 작물의 모종이 자라나게 됩니다. 힘들게 지은 만든 만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산에서 낙엽을 주워 모읍니다. 밭에다 낙엽을 뿌리고 깊게 갈아주면 유기농에는 이 보다 더 좋은 퇴비가 없습니다. 예전 우리 선조들이 해오던 방식 그대로, 낙엽을 모읍니다. 산을 헤매고 다니는 일도 여럿이 함께 하니 재밌습니다.

 

 

5년 만에 다시 찾아 온 대만 친구 토비, 두 번째 방문한 미국인 욜란타, 함께 일하는 단체를 통해서 찾아온 한가람, 이희재, 류현동 님과 함께 낙엽을 모았습니다.

토비는 대만에 대해 전혀 모르던 우리에게 타이페이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입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입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토비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비가 다시 찾아와서 정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미국인 욜란타는 한국을 3년 넘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왔을 때도 농장을 다니며 여행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여행 중입니다. 길 위에서의 삶이 즐겁고 행복한 여행중독자이지요. 욜란타는 사진작가이기도 한데, 멋진 한국 사진을 많이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희재님과 함께 온 봉사자 한가람님은 약사입니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힘든 육체노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며 농사 수행을 하러 왔습니다.

류현동님은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다 잠시 휴가차 한국에 들어온 길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농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힘 좋고 활기가 넘칩니다.

 

 

 

산에서 긁어모은 낙엽을 밭에 뿌리고 작은 굴삭기로 뒤집었습니다.

 

 

물이 안 빠지는 밭 주변에 배수로를 깊게 팠습니다. 힘든 일인데도 여럿이 함께 하니 기운이 넙칩니다.

 

 

류현동님의 생일이라 봉사자들과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새로운 봉사자 임영환님이 합류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린 생일상을 먹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30살 무렵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시대가 변해도 비슷비슷합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격려의 말을 보냅니다. 금세 밤이 깊어갑니다.

 

 

짧게 방문한 토비와 경주 남산을 등반하고, 첨성대를 방문했습니다. 추운 날씨지만 사람들이 정말 많네요. 많은 사람들이 들뜬 마음으로 첨성대 주변에서 사진도 찍고 연도 날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다운 경주 풍경입니다. 저희는 첨성대 옆에서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온상을 만들어 파종한 토마토, 고추, 브로콜리, 양배추, 배추가 금세 이만큼 자랐습니다. 이제 2주일 정도 지나면 밭에 옮겨 심는 일이 시작됩니다. 모종을 키우기는 설레는 일이지만 아이처럼 민감한 시기라 온상 옆에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 온도 조절을 잘 못하거나, 수분 조절에 실패하면 모종이 상처를 입습니다. 나중에 자라면서 병이 오거나 죽습니다. 어린 시절에 정성으로 보살피고 사랑을 주어야 하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똑같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자란 갓 캔 시금치, 12월에 수확해서 보관해둔 컬리플라워와 브로콜리, 김장김치, 동치미로 한 끼 밥상을 차립니다. 이렇게 자급자족하는 생활은 삶의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을 줍니다. 몸도 마음도 한결 건강해집니다.

 

 

남쪽 지방에 살다보니 전에 살던 지역보다 봄이 오는 속도도 훨씬 더 빠릅니다. 빨리 오는 봄에 맞춰 일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열심히 일하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백화골 농부들이 사랑하는 멋진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