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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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태풍이 지나간 후에... (2005년 8월)

백화골 2009. 3. 4. 02:37

도시에 있을 때는 태풍이나 폭우가 쏟아져도 그저 출퇴근 시간에 옷에 빗물이 튀거나 바람 많이 부는 게 싫다는 감정 정도였는데, 시골에 와보니 우리의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무서운 자연 재해다. 비닐하우스가 날아갈까봐 끈으로 일일이 조여서 묶어주고, 깜깜한 새벽에 밭에 나가 배수로를 다시 파고, 혹여나 산사태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보냈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특히 전라북도 무진장 지역(무주, 진안, 장수)에 폭우가 쏟아졌다.장수군 전체가 수해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 무분별한 상판(기존에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일) 작업으로 산을 파괴한 곳은 어김없이 피해를 봤다. 장수군 계북면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고, 하우스와 논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허다했다. 다행이 우리 마을엔 큰 피해가 없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하늘은 더 깊고 맑아졌지만, 주변 수해 농가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계속 들어왔다.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함께 계북면 수해 지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언제 그렇게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졌냐는 듯이 마을에 햇살이 가득하다. 

태풍에도 끄떡없이 살아 남은 들깨, 막 꽃이 피어올라오면서 가을 맞을 채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