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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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5년~2006년

벼, 양상추 수확(2005년 9,10월)

백화골 2009. 3. 4. 08:05

가을이 되니 더더욱 바빠졌다. '수확의 기쁨'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었다. 벼를 수확해서 1년 먹을 양식을 마련했고 양상추를 직거래로 팔았다. 

벼농사는 기계화되어 쉽다고들 말하는데, 우리한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었던 만큼 수확의 기쁨도 컸다. 나락을 빻아 우리가 키운 쌀로 첫 밥상을 차렸다. 밥맛이 꿀맛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벼를 수확한 후에 나락을 펴서 말리고 자루에 담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토마토 재배가 끝난 후 심은 양상추가 생각보다 잘 자랐다. 각종 병충해는 생선액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액비도 되고 병충해도 막아주는 생선액비는 생선 찌거기를 흑설탕과 섞어 효소처럼 발효시킨 후 적당량을 물에 섞어서 작물에 뿌려주는 것인데, 냄새가 지독해서 별레들이 다 도망갔다. 뿌리는 사람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도시에서 먹던 양상추와는 맛이 전혀 달랐다. 고소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이 특히 좋다. 돼지고기에 쌈을 싸서 먹을 때 제일 맛있었다. 

양상추 가격도 완두콩처럼 폭락했다. 여름 한 때 좋았다던 양상추 공판장 가격은 8kg 한 박스에 천원까지 떨어졌다. 8kg면 보통 10~14포기 정도가 들어가는데, 이게 어떻게 천원밖에 안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공판장에서 한 박스에 천원에 팔린 양상추는 도시에서 한 포기에 2천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렸다. 한 박스에 최소한 2만4천원 이상은 받는다는 셈인데, 그 나머지 2만3천원은 누가 갖는 것일까?

우리는 양상추를 전량 직거래로 팔기로 결정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8kg는 한 가정에서 먹기에 부담스러울 것 같아 4kg 단위로 팔기로 하고, 마을에 돌아다니는 재활용 박스(피망, 고추 박스 등)에 양상추를 포장했다. 가격은 택배비 포함 1만원. 공판장에 내면 5백원 받을 가격이고, 고객들은 1만2천원에 사먹을 가격이니 파는 우리도 좋고 고객들도 좋은 가격이다. 게다가 무농약 양상추니까.인터넷 게시판에 판매글을 올려놓으니 불티나게 전화가 걸려왔다. 2주일만에 전량을 직거래로 팔았다. 주문했던 사람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화해줄 때 참 기분이 좋았다. 양상추를 끝으로 2005년 농사는 마무리됐다. 11, 12월에도 계속 양상추 있냐는 전화가 왔다. 

아래는 당시 우리가 양상추에 동봉해서 보냈던 안내장 내용.안녕하세요? 전북 장수군으로 귀농하여 농사짓고 있는 조계환, 박정선 부부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산골짝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저희 마을은 쌀쌀한 것을 넘어 얼마 전부터 아침저녁으론 한겨울처럼 춥답니다. 이런 날씨에도 씩씩하고 싱그럽게 자라준 양상추가 대견스러울 정도입니다.

양상추가 자란 곳, 저희마을은 전북 장수군의 청정 산골짜기 백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귀농한 초보 농부들의 소중한 꿈이 영글어 가는 곳입니다. 장수군의 대표적인 순환농업 시범단지로서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는 물론이고 합성세제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마을입니다.

이 양상추 역시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퇴비를 거름으로 넣었으며, 농약 대신 직접 만든 액비와 목초액, 은행잎 즙 등으로 관리해가며 키웠습니다. 여기에 해발 500m 고도와 일교차가 큰 기후조건까지 더해져 양상추 특유의 아삭아삭한 질감과 고소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양상추를 싱싱한 상태로 오래 두고 드시려면 한 포기씩 랩으로 싸서 냉장실에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양상추는 깨끗이 씻어 그냥 드셔도 좋고요, 고기와 함께 쌈을 싸먹어도 아주 맛있습니다. 샐러드로 먹을 경우 다음과 같은 소스를 곁들여 먹어보니 맛이 잘 어울렸습니다.

*간장 소스 : 진간장 1+식초 1+설탕 0.5+올리브유 1+참기름 약간
*이탈리안 드레싱 : 올리브유 2+식초 1+소금 약간+후추 약간+다진 양파 약간
*요구르트 소스 : 수퍼마켓에서 파는 플레인 요구르트(떠먹는 요구르트)
*들깨 소스 : 들깨가루 1+식초 1+올리브유 1+다진 마늘 약간+설탕·소금 약간
그럼 맛 좋은 양상추와 함께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