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상추 같은 저온성 작물은 여름에는 평지에서 재배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고랭지 여름 상추는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공무원들은 쌈배추를 심으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했지만, 아랫마을 농사 고수들이 상추를 추천했다.
고민하다 병충해가 적다는 상추를 선택했는데, 쌈배추는 평균 가격 4kg에 3, 4천원, 상추는 1만7, 8천원이 나왔다. 군에서 유망 농산물이라고 추천한 작물 관련 보조사업(저리 융자 등등) 지원 받은 사람 치고 빚더미에 앉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여름이었다.
가격은 좋았지만 갓 개간한 농토라 비옥하지 않아 생산량이 적은 게 아쉬웠다. 공판장 가격은 3천원에서 3만원까지 들쑥날쑥 했지만, 고랭지 여름 상추 가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상추로 완두콩 공판장 출하 실패를 만회하고 1달 동안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8시30분까지 상추를 따서 9시에 공판장 차에 넘기는 생활을 한동안 계속 했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잎 한 잎 딴 상추로 4kg 한 상자를 채우는 건 정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가격이 좋은 날은 그나마 힘이 났지만 가격이 폭락할 땐 기운도 함께 떨어졌다. 오전에는 상추 따서 공판장 넘기고 오후에는 토마토 따서 택배로 보내며 열심히 일했다.
농산물 가격은 희소성으로 결정된다. 다른 지역이 태풍이나 폭우로 재해를 겪으면 '이번엔 무사히' 지나간 우리 지역의 상추 가격이 오르는 게 현실이었다. 농민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이 안타까웠다. 한 달 조금 넘게 공판장 출하하던 상추에 어느새 꽃대가 올라와 재배를 마무리했다.
상추 마무리 하고 막걸리 한잔...
상추 심었던 하우스에 퇴비 넣어주고 양상추를 심기 위해 트랙터로 땅을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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