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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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3월. 농부의 요리_ 청국장의 도전

백화골 2017. 3. 9. 13:12

얼마 전 강원도 횡성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어느 날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저희가 오는 날짜에 맞춰 청국장을 띄워놓겠다고 하십니다. 콩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은 종종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청국장을 띄우곤 하시는데, 아시다시피 청국장은 짧게 발효시켜서 바로 먹는 음식이라 날짜에 맞춰 만들어 놓겠다고 하신 것이지요.

 

이걸 어쩌냐. 얼마 전에 띄웠을 때는 아주 기막히게 떴었는데 이번엔 잘 안 띄워졌네. 너도 주고 이모도 주고 언니도 주려고 잔뜩 만들어놨는데 잘 안 떴으니 그냥 니가 다 가져가서 먹어라.”


이렇게 해서 갑자기 커다란 김치통 하나 가득 청국장이 생겼습니다. 한 번 먹을 분량만큼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꽉꽉 채워 넣고 난 뒤에도 김치통엔 청국장이 반도 훨씬 넘게 남아있네요. ‘음식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가 신조인 백화골인 만큼, 당장 청국장 먹기 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잘 안 떴다고는 하지만 특유의 강렬한 냄새도 있고, 끈끈하게 실도 생겼고... 청국장 맞습니다. , 청국장보다는 일본 낫또에 살짝 더 가까운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매일같이 청국장 찌개를 끓여서 먹습니다. 멸치 국물 내서도 끓이고, 쑥이랑 냉이도 넣어서 끓여보고, 신김치도 넣어서 끓여봅니다. 된장도 섞어보고, 고추장도 섞어보고, 김치국물도 섞어봅니다. 나름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변화를 줘가며 끓여봤지만 백 마흔 두 번쯤 청국장 찌개를 끓이고 나니 다른 요리법이 필요하네요. 청국장으로 어떤 요리들을 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꽤 맛있게 먹은 청국장 레시피들입니다.

 

1. 청국장 간단 비빔밥


뜨거운 밥에 날달걀 1, 참기름 충분히, 청국장 큰 숟가락으로 둘, 잘게 썬 신김치와 김치 국물 조금, 통깨 넉넉히 넣고 마구 비벼줍니다. 김가루가 있으면 뿌려도 좋습니다. 끈적끈적한 모양새는 별로지만, 의외로 밥 더 넣고 비빌 걸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마법의 레시피랍니다.


2. 청국장 비빔국수

 


비빔밥이 된다면 당연히 비빔국수도 가능하겠죠. 비빔국수에는 초록색 푸성귀들이 좀 풍성하게 들어가야 맛있으니 밭에 가서 얼른 봄동배추 몇 잎 뜯어옵니다. 삶아서 찬 물에 빠득빠득 여러 번 헹군 국수를 사리 지어 그릇에 담고 배춧잎을 썰어 올립니다. 청국장 큰 숟가락으로 두 개 올리고 삶은 달걀도 살포시 올려놓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고추장 양념장(고추장, 간장, 매실 효소, 식초, 다진 마늘)을 끼얹어 올리면 끝입니다. 비빔국수의 매운 맛을 청국장 콩이 중화시켜 주어 제법 조화가 잘 맞았습니다.

 

3. 청국장 샐러드



밭에서 채소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시골이란 곳이 소쿠리 하나, 칼 한 자루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한 끼 샐러드 거리는 넉넉히 나오기 마련입니다. 눈발을 뚫고 일찌감치 올라온 수영 잎도 뜯고, 비닐하우스 귀퉁이에서 민들레 잎도 좀 뜯어오고, 작년 비트 심었던 자리에 새로 올라온 비트잎 새순 뜯고... 여기에 몸집 큰 배춧잎 몇 장 추가하면 샐러드용 채소 준비는 끝입니다. 씻어서 잘게 썬 채소들을 그릇에 담고 청국장 큰 숟가락 둘, 참기름, 고춧가루 작은 숟가락 하나, 깨소금, 집간장, 미숫가루 약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주었습니다. 샐러드에 들어간 청국장 콩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살짝 치즈 느낌도 납니다.

 

4. 청국장 느타리 달걀전


달걀 세 개를 볼에 넣어 풀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뒤 약불에서 예열하다가 계란물을 한 숟가락 떠 넣고 청국장 작은 숟가락 하나와 느타리버섯을 올립니다. 느타리 버섯은 미리 데쳐서 물기를 꼭 짠 다음 적당한 크기로 찢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약불에서 달걀전을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부쳐줍니다.

 


5. 청국장 바삭 피자



드라이 피자, 띤 피자라고도 하는 얇고 바삭바삭한 간단 피자 만들기입니다. 먼저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간한 뒤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수제비 반죽 만들 때처럼 몰랑몰랑해질 때까지 충분히 반죽을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밀가루 반죽을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한 시간 정도 둡니다. 시간이 없다면 바로 이용해도 괜찮습니다. 반죽을 밀대로 얇고 둥글게 밀어서 피자 도우 모양을 만들어 주세요. 도우 위에 유자청을 고루 바르고 청국장과 미리 편 썰어놓은 마늘을 올립니다. 마무리로 집에 있는 아무 허브나 살짝 뿌려줍니다. 저희 집엔 작년에 수확해 말려놓은 바질 잎이 있어서 이용했습니다. 200도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 정도 구워줍니다. 구운 청국장 맛이 꽤나 친숙하면서도 이채롭고요, 유자청 베이스 때문에 새콤달콤하면서도 청국장 때문에 진한 맛이 납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백화골 부엌에서 청국장의 도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았거든요... 다행히 청국장이 질리지는 않네요.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은 특히 더 귀하게 여겨져서 그런가봅니다. 따끈한 청국장 요리 드시고 싶은 분은 백화골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