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조금만 내린 하루였다. 태풍도 아니고 장마도 아닌데 1주일 내내 천둥 번개와 폭우가 쏟아져 진흙탕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1주일을 보냈다. 찜질방 같은 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토마토를 따서 나오는데 마을 이웃이 장수군 토마토 작목반장이 보낸 편지를 전해줬다.
"계속되는 토마토 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재배 농가 여러분들의 심적인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토마토 연합회원들이 풀어나가야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 금년에는 늘어난 재배면적과 소비부진으로 인하여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여 농가수취가격이 30% 이내로 떨어졌습니다. ----- 1, 2,3번과만 출하하고 4번과 이후의 토마토나 기형과, 기스과는 가족, 친지들과 나누어 드시고 출하하지 마십시오...."
토마토 가격이 완전 폭락하여 공판장에다 어지간하면 토마토를 출하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아주 큰 1, 2번과만 출하하고 나머지는 친지나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라는 말. 왠만한 규모 이상으로 농사짓는 토마토 농가들의 경우 하루에 50상자 이상씩은 나오는데 이걸 다 무슨 이웃, 어느 친지와 다 나누어 먹으라는 말인가?
토마토는 고구마나 감자 같이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고 관리가 쉬운 작물과는 다르다. 일단 시설작물이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하나하나 줄 매주고 곁순 따주고, 물관리, 추비 관리, 당도 관리, 해충 관리... 정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물이다. 그렇게 힘들게 농사지은 토마토가 완전 폭락하여 박스값도 안 나오는 현실이라니...
주변 어르신들 표정이나 분위기로 요즘 농산물 가격 안 좋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 토마토만 가격이 폭락한 게 아니었다. 상추도, 고추도, 피망도, 오이도, 애호박도.... 모든 농산물 가격이 작년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형마트에 가보면 농산물 가격이 싸지 않다. 소비자들은 작년과 비슷한 가격으로 사 먹는데, 농민들이 출하하는 가격은 폭락했다?
논밭에서 땀흘려도 댓가를 받지 못하는 농촌 현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토마토 1박스에 천원(두꺼운 이중 골판지를 사용하는 토마토용 박스 가격만 1장에 900원이다, 여기에 공판장 출하시 농협에 내는 수수료까지 합하면 오히려 손해다) 나오는 세상,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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