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고구마 꽃이 우리 밭에 피었다. 예전에는 고구마에 꽃이 피면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좋아들 했다는데. 우리는 고구마 꽃을 보자마자 이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당황해서 주변 농사 고수들한테 문의를 했다. 다들 같은 반응이었다.
"고구마에 꽃이 피다니"… 30년 이상 농사지은 분들도 고구마 꽃은 못 봤다고들 하시고, 인터넷을 뒤져도 왜 꽃이 피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고구마 꽃에 대한 정보를 농민회 어르신께 알게 됐다.
그 분도 평생 한번 봤다는데, 이래저래 연구해본 결과 거름기가 부족하고 이상 기후가 있을 때 꽃이 핀다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거름기가 많으면 크기는 커지지만 맛이 없어진다고 하여 올해 퇴비를 많이 넣지 않았다. 게다가 고구마를 심은 땅이 올해 처음 빌린 곳인데, 작년에도 거의 농사를 짓지 않아 거름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밖에서 보면 전혀 꽃이 보이지 않는다. 드문 드문 잎 속에 꽃이 숨어 있다.
참 몽환적으로 생겼다. 뭔가 선명하지 않고 지상의 꽃 같지가 않다. 고구마로 갈 영양분이 꽃으로 간다고 하여 잠깐 감상하고 따주어서 아쉬웠지만, 흔하지 않은 꽃이라서인지 바라보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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