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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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시골서는 난감한 일, 컴퓨터 고장 (2007.08.03)

백화골 2009. 3. 4. 11:25

어제 컴퓨터가 고장났다. 도시 같으면 별 일 아니다. 가까운 컴퓨터 수리 센터를 찾아서 고치면 된다. 하지만 여긴 산골 장수...

주문 받은 연락처며, 지난 3년간 정리해놓은 영농일지, 이것저것 자료들을 별 생각없이 C드라이버에 저장해놓은 터였다. 가족회원 발송작업이며 토마토 발송이 완전 중지됐다. 컴퓨터가 잘 돌아가다가 갑자기 꺼지더니 부팅이 되지 않았다.

C 드라이버에 중요 문서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냥 포맷하고 윈도우를 새로 깔면 될 문제인데, 너무나도 중요한 자료들이 C 드라이버에 저장되어 있었다. 암담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고...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 보았으나 가까운 곳은 1시간 거리의 남원, 그것도 맡기면 며칠 걸릴 수밖에 없단다.

재작년에 번개가 심하게 치던 날 모니터가 고장났었다. 남원의 한 서비스 센터에 맡겼는데 고쳐서 받는데 한달 걸렸다. 부품도 없고, 어차피 본사에 보내야 한다며... 금방 갖다준다던 모니터가 정말 한달만에 왔다.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버려진 흐릿한 고물 모니터를 한달간 써야 했다. 시골 사는 일이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가전제품 하나 금방 수리할 수 없는 실정. 막막하고, 뭔가 소외받는 듯한 느낌. 각오를 안 하고 온 건 아니지만, 참 불편하다.

TV를 안 보는 우리로서는 인터넷이 안 되면 답답하다. 눈비가 많이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면 인터넷이 끊길 때가 많다. 컴퓨터까지 아예 고장이 나버리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컴퓨터 고친다고 고생하다 포기했다. 주문한 분들께 다시 전화해서 주소 확인하고, 택배차 올 시간 바로 전에 작업을 겨우 끝냈다.

도시까지 나가 컴퓨터를 고칠까 하고 전주 출신 이웃에게 잘 아는 곳 없냐고 물어보니, 마침 자기집에 손님으로 와 계신 분이 컴퓨터 수리 전문가란다^_^...

이게 왠 천운이가 싶었다. 전주까지 가는 일도 까마득한 일이었고, 중요 화일도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던 터에. 프로그래머 일을 하다 컴퓨터 수리하는 일을 하시던 분이란다. 컴퓨터 속으로 먼지가 많이 낀 데다가 낮 기온이 올라가서 과열 때문에 잠시 부팅이 안 된 거란다.

컴퓨터 곳곳을 뜯어 청소하고 하드디스크를 떼어서 다른 컴퓨터에 저장을 하라고 하신다. 다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화일들이 살아났다. 화일 정리를 한 후 다시 윈도우를 깔려고 하니 컴퓨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된다. 얼마나 그분이 고맙던지. 요즘 휴가철이라고 우리 마을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우리에게는 참 운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