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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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유기농 도우미 부직포와 천적 (2007.07.20)

백화골 2009. 3. 4. 11:19

유기농으로 농사 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풀과 병충해다. 재작년 처음 귀농했을 때만 해도 풀과 벌레에게 모두 졌다. 고추밭은 풀로 뒤덮였고 토마토는 담배나방 유충류의 벌레들로 피해가 극심했다. 인터넷이나 친환경 관련 서적을 뒤지며 각종 병충해 방제법을 시도해보았으나 효과가 확실한 건 없었다. 무동력 제초제로 알려진 풀밀어 딸깍이도 구입해 사용했으나 풀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부직포와 천적을 알게 된 후 우리 밭은 달라졌다. 부직포를 한번만 깔아버리면 제초제 치는 기존 농민들보다도 더 쉽게 풀을 잡는다. 천적으로 꿈틀거리는 애벌레류는 80% 이상 잡을 수 있다. 비용도 많이 안 들어가면서 제초제, 농약 안 치고 농사지을 수 있게 됐다. 

풀로 뒤덮여 있는 밭이다. 이 풀을 잡으려면 정말 농사기간 내내 풀만 뽑아도 시간이 모자란다.

이것이 바로 부직포다. 풀밭이 금새 깨끗해졌다. 한번 깔면 골과 골 사이의 풀은 완전히 사라진다. 작물 옆에 삐죽거리며 올라오는 풀만 제거해주면 된다. 부직포를 알게 된 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우리가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데 단연 일등 공신이다. 헝겊 대신 볏짚을 깔아줘도 된다. 하지만 볏짚 같은 경우 몇 달 후에 단단하게 굳는다. 골이 높아져 배수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볏짚은 작기가 짧은 작물에 어울린다.

부직포는 사용도 간편하고 농사 끝난 다음에 잘 보관해두면 4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헝겊이기 때문에 땅도 숨을 쉴 수 있다. 친환경 관련 보조 사업으로 지원해주는 지자체도 많다. 구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면사무소 쓰레기장 같은 데 가면 버려지는 프랭카드 천 조각들을 활용해도 된다. 

천적 중에 가장 강력한 무당벌레다. 하루에 수백마리를 진딧물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천적 방제의 경우 다른 것은 몰라도 진딧물과 작물을 구멍을 뚫는 담배나방 유충류의 벌레에는 효과가 탁월하다.

작년에 애호박과 오이, 고추를 진딧물 때문에 크게 망한 경험이 있어, 올해는 진딧물을 잡기 위해 '콜레마디 진디벌'과 '무당벌레'를 투입했다. 시기가 약간 늦었는지 처음에 잡히는 듯 하던 진딧물이 어느새 번져갔다. 두 천적 다 회사에서 구입하면 조금 비싸다.

그래서 나중에는 쑥과 개망초에 많이 붙어 있는 무당벌레를 아침마다 잡아서 수백마리를 진딧물이 있는 잎에 풀어놨다. 진딧물 때문에 다 죽어가던 고추가 1달 사이에 완전히 살아났다. 이젠 진딧물도 무당벌레도 보이지 않는다. 애호박과 오이, 고추가 예상보다 농사가 잘 되어서 회원들에게 보내고 남은 것을 주변 이웃들과 잘 나누어 먹기까지 했다. 천적 무당벌레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잘 익어가던 파프리카가 담배나방 유충한테 공격받아 구멍이 뚫렸다. 파프리카는 올해 처음 심어봤는데,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진딧물도 엄청 달라붙는다. 그래서 친환경으로 파프리카 농사짓기가 다들 어렵다고 한다.

'곤충병원선 선충'이란 천적이다. 파프리카에 구멍을 낸 벌레를 죽인다. 천적도 회사가 많아서 제품이 다양한데 '선충'의 경우 스폰지에 물과 함께 포장되어 택배로 받는 즉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 있고, 사진 속처럼 하얀 가루로 그 때 그 때 물에 풀어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연 후자가 사용하기 편리하다.

둘 다 물에 풀어서 분무기로 뿌려주면 된다. 알까지 확실히 죽이지는 못하지만 꿈틀대는 애벌레류는 다 죽이는 작은 벌레다.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햇볕날 때 치면 안 되고 해질 무렵에 뿌려주면 2, 3일 안에 벌레들이 사라진다. 가격도 300평용에 1만9천원인데, 어지간한 농약보다 싼 가격이라고 한다.

마을 밖에서 농사짓는 밭 주변 어르신들한테 소개시켜 드렸더니, '농약 안 치고 벌거지 잡으면 좋지'하면서 호기심을 가지신다. 방제 방식도 농약 치듯이 뿌려주면 되기 때문에 주변 관행농으로 농사짓는 분들한테 소개시켜줘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