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갑니다. 눈도 많이 오고 춥기도 많이 추웠던 겨울입니다. 아직까지도 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있긴 하지만, 여느 해 보다 빨리 농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움직일 수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해야 1년 내내 일이 밀리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해야 하는 저희로서는 이 시기에 이런 저런 정보를 잘 취합하고 농사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 해 농사가 잘 됩니다.
작년에 태풍 피해 복구하고 부랴부랴 심었지만 마지막 발송 주까지 채 자라지 못해 회원들에게 거의 보내드리지 못했던 시금치가 겨우내 동면하고 쑥 커버렸습니다. 밭 정리하러 하우스에 들어가 봤다가 너무나 싱싱하게 자라있는 시금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먹어 보니 역시 추위를 제대로 맛본 녀석들이라 그런지 제철 시금치답게 싱싱하고 맛있습니다.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 한보따리씩 나눠주기도 하고, 설 연휴 전날엔 동네 어르신들에게 한 자루씩 나누어 드리기도 하느라 며칠을 시금치 밭에서 일했습니다. 올해 첫 농사일이네요. 시금치를 나누어드리니 다들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한겨울 푸릇푸릇하게 자라준 시금치 덕분에 행복하게 한 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씨앗들 중에서 제일 먼저 들어가는 고추 씨를 사러 면 소재지에 나갔는데 종묘상에 진열된 씨앗 이름들이 재미있습니다. 고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심는 작물인지라 종자 종류도 수십 수백 가지가 나와 있는데, 그 이름들도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금수강산, 금상첨화, 기세등등, 독야청청, 백전백승, 만사형통 등 사자성어형 이름에서부터 마니따, 배로따, 참조은, 조아라, 나잘난, 아크다 등등 적나라한 한글 이름들까지... 왠지 쿡쿡 웃음이 나옵니다. 저희는 올해 아삭아삭한 맛이 좋은 ‘모닝’, 일명 오이맛 고추라고 불리는 ‘길상’, 매운 청양고추 계열인 ‘큰열’, 반찬 해먹기 좋은 ‘꽈리풋고추’ 이렇게 4가지 종류의 고추를 선택했습니다.
난방 필름을 설치하고 씨앗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날씨가 아직 많이 춥긴 하지만 하우스 안에 이중터널을 설치하고 두꺼운 담요에 난방필름까지 넣어주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밤중에서도 별 문제 없이 모종을 키울 수 있답니다. 모종 하우스에 들어간 첫 타자들은 고추 종류들과 가지, 피망, 대파, 하우스에 심을 양배추와 브로콜리, 배추 등입니다.
적양배추입니다. 몇 해 심어보니 일반 양배추보다 재배 기간이 오래 걸려 제일 먼저 씨앗을 넣었습니다. 물에 불려 촉을 틔운 다음 트레이에 유기농 전용 상토를 담고 한 칸에 씨 하나씩 잘 넣어주었습니다. 보온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때라 물을 줄 때도 조리개에 미리 받아놓았다가 한낮의 햇볕에 좀 따뜻하게 데운 다음에 주어야 합니다. 씨앗을 넣고 나니 이제 진짜 올해 농사가 시작되었구나 실감이 나네요.
겨우내 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씨감자를 하루 이틀 실온에서 말린 후 잘 썰어서 재에 버무려 놓았습니다. 하우스에 심을 씨감자 준비입니다. 썰어놓은 씨감자를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서 1~2주 정도 잘 말려두면, 절단면도 잘 마르고 감자도 싹 틔울 준비를 슬슬 시작하게 됩니다. 씨감자를 말리는 동안 감자 심을 밭을 삽으로 뒤집으며 땅 만드는 일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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