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자를 심었습니다. 아직 집 주변의 눈도 녹지 않는 쌀쌀한 날씨. 원래대로라면 3월 말은 되어야 감자를 심을 수 있지만, 하우스에 심으면 한 달 정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수확하는 시기도 마찬가지로 6월에서 5월로 당길 수가 있지요. 5월에 나오는 햇감자는 사람들도 아주 좋아할뿐더러, 감자 수확 후 바로 후작을 넣어 밭 운영하기가 좋기 때문에 하우스 감자는 가능하면 2월에 일찍 심는 것이 여러 모로 좋습니다.
그런데 이 한 달 앞당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땅도 꽝꽝 얼어 있고 농부도 준비가 덜 되어 있거든요. 사실 저희도 마음만 먹었지 지난 몇 년 간 한번도 2월에 감자를 넣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언제나 일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3월 초중순에야 겨우 하우스 감자를 심을 수 있었지요. 올해는 겨울방학 때 재충전도 빵빵하게 잘 되었고,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저희 농사 역사상 가장 빠른 날짜에 감자가 들어가게 됐네요. 시작이 좋습니다.
유기농 농사의 기본은 땅심 살리기. 여러 가지 유기물들을 매년 빠뜨리지 않고 넣어주는 게 좋습니다. 볏짚, 왕겨, 낙엽, 옥수숫대, 각종 잡곡 줄기 등은 모두 좋은 땅이 좋아하는 유기물들입니다. 작년엔 기장볏짚을 넣어주었던 밭에 올해는 작년 타작하고 쌓아두었던 콩대를 넣어주기로 했습니다. 겨우내 햇볕 좋은 날마다 손으로 일일이 부수고 작두로 잘게 잘라 두었던 콩깍지와 콩대를 밭으로 옮겨 골고루 넣었습니다.
콩깍지 위에 이제 퇴비를 넣을 차례입니다. 감자는 다른 작물보다 더 듬뿍듬뿍 퇴비를 많이 주어야 합니다. 땅이 시커먼 퇴비로 거의 다 덮일 만큼 충분히 퇴비를 넣었습니다.
저희는 비닐하우스 200평, 노지밭 1800평 정도 농사를 짓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지으려면 어지간하면 무거운 트랙터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땅이 눌려서 물도 안 빠지고 땅심 키우는 데 안 좋거든요. 노지밭은 워낙 넓은 땅이라 트랙터를 1년에 딱 한번 사용합니다. 하지만 하우스는 여러 작물을 돌려가며 키우기 때문에 삽과 곡괭이로 땅을 만들고 가벼운 관리기나 미니 포크레인만 넣습니다. 올해는 삽과 괭이로만 밭을 일구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몸도 많이 힘들지만, 이렇게 밭을 일구고 나면 고생한 만큼의 보람이 있습니다.
씨감자는 최소한 심기 1주일 전에 썰어 놓고 나름대로 준비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저희가 몇 해 지켜보니 바로 썰어서 심으면 발아율도 안 좋고 수확량도 적더군요. 미리 썰어놓고 서서히 말리면 절단면의 상처가 아물면서 조금씩 싹이 올라옵니다. 요렇게 막 싹이 올라오는 상태가 최고로 심기 좋은 때입니다.
감자를 다 심고 추운 날씨를 감안해 복토도 충분히 해준 뒤 이중 터널을 설치했습니다. 이중 터널을 해주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비닐과 활대 모두 몇 년 동안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휴~ 하우스 감자 심기가 다 끝났습니다. 5월이 되어 이 감자들을 캘 때쯤 되면 푸릇푸릇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져 있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그리고 아직은 엄청나게 추운 영하 7도의 2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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