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폭염이 지나가고 요즘엔 간간이 소나기가 내립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살짝 찬 바람이 불고요. 매자마을로 이사온 지 벌써 열 달이 넘어갑니다. 귀농, 귀촌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지난 마을과 달리 매자마을은 오래된 마을입니다. 이웃들도 대부분 토박이 농민들, 노인들입니다.
마을 어르신인 순희 할머니 집 마당입니다. 할아버지가 집에 손볼 곳이 있다며 읍내 나갈 일 있으면 ‘쎄멘’ 한 포만 사다 달라고 부탁하셔서, 시멘트 배달 간 김에 할머니 집 마당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지나가다 만나면 이런 저런 가족사며 마을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데, 팔십 다 된 분이 어찌나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지 마치 친구랑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허리가 잔뜩 구부러져 잘 걷지도 못하시는데, 한 번 밭에 나가면 12시간 동안 밥도 안 먹고 쉬지도 않고 풀을 매시는 괴력(?)의 할머니이기도 하십니다. 한평생 고생 고생하며 일밖에 모르고 살아오셨지만, 욕심 없이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나무처럼, 풀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닮고 싶은 선배 농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산속에서 농사만 짓던 지역 농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였습니다. 매년 광복절마다 열리는 면민체육대회. 고리 던지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몇 가지 체육(?) 경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냥 마을별로 천막치고 고기도 삶고 술도 마시며 하루 날잡아 즐겁게 노는 행사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형님들, 누님들, 친구들, 동생들, 어르신들과 어울리며 술 마시고 하루를 신나게 보냈습니다. 이렇게 소박하게 농사짓고 사는 이웃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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