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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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2년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

백화골 2012. 7. 15. 23:57

 

 

 

7월10일(화) - 큰 비 오기 전날

 

 

 

찔끔찔끔 비가 내리던 마른 장마가 계속되다 큰 비가 예고됐다. 밤부터 비가 쏟아지고 지역에 따라 국지성 호우가 내린단다. 노지 감자가 반 정도 밭에 남아 있는데 빨리 캐지 않으면 장마에 다 썪어버리게 생겼다. 새벽부터 감자 캐기에 열중하다 아침먹고 감자 캐고, 점심 먹고 감자 캐고, 저녁 먹고 감자를 캐니... 밤이 됐다. 헤드렌턴을 켜고 밤 9시30분에 감자 캐기 완료! 때 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진 맥진이었지만 감자가 그럭저럭 잘 나와서 좋았다. 일찍 캔 감자는 크기가 좀 작았는데 며칠새 비가 간간히 내리면서 크기가 확 커졌다.

 

7월11일(수) - 빗속의 발송 작업

 

 

 

밤새 비가 쏟아졌다. 감자를 다 캐서 마음이 편했다. 새벽 내내 천둥 번개가 치는 바람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새벽까지도 비는 쏟아지고, 힘든 ‘우중발송’ 작업이 시작됐다. 올해 두 번째로 심은 여름 상추를 수확했다. 여름엔 상추가 잘 자라지 않아서 올해는 여름 상추를 많이 심었다. 빗소리 들으며 상추 따는 손길이 제법 가볍다.

 

 

 

모정에서 어르신들이 마을일이 있다고 부르셔서 잠깐 다녀오는 길. 길가에 있는 마을 어르신네 도라지밭에 도라지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보라색 하얀색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니 잘 자라던 옥수수가 쓰러졌다. 예전엔 이렇게 옥수수가 쓰러지면 다음날 힘들게 세우고 난리를 피웠는데, 쓰러진 옥수수는 알아서 일어난다는 것을 안 뒤로는 그냥 편하게 바라본다. 역시 여러가지 경험이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비 맞으며 쌈채소, 고추, 양배추, 대파 등을 수확하다 보니 하루가 지나간다. 하도 비를 많이 맞았더니 이제 왠만한 비는 비같지도 않다. 비가 오든, 해가 뜨든, 농사일 하다보면 하루가 지나갈 뿐이다.

 

7월13일(금) - 농기구 걸이

 

 


 

우리 마을은 정식 마을이 아니어서 옆 마을에 속해있다. 낮에 뭔가 나를 것이 있다고 트럭 갖고 내려오란다. 우리 마을 반장과 함께 옆마을로 트럭을 몰고 갔더니 대형 농기구 걸이를 가구 수대로 준다. 신청한 적도 없고,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니고. 알고 보니 옆 마을에서 뭔가 마을 단위로 사업을 신청해서 지원 받은 것이란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뜬금없기도 했지만, 이런 게 하나 있었으면 하고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물건이라 고맙게 받았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농기구들이 잘 정리되어 보기에 좋다.

 

7월14일(토), 15일(일) - 빗속 풀 잡기

 

 

 

 

 

비가 계속 쏟아진다. 집 근처가 모두 물길이 되어버렸다. 산 바로 밑에 집이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이 모인다. 밭 한가운데에서도 물이 솟아오르고 온통 물 천지다. 갑자기 계곡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제일 아래 사진 앞쪽에 시멘트 배수로가 집 근처를 잘 지켜준다. 오랫동안 이 마을에 살았던 분들이 충고해줘서 처음에 조금 무리해가며 포크레인으로 시멘트 배수로를 넣은 것인데, 역시 경험 많은 노인들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풀이 정말 많이 자랐다. 밭이 넓어지다 보니 관리가 만만치 않다. 다른 마을 같으면 벌써 욕을 엄청 먹었을 텐데(풀밭 만들었다고 결국 마을에서 쫒겨난 귀농자도 본 적이 있다), 마음씨 좋은 분들만 모여 살아서인지 타박하는 분들은 없다. 하지만 풀천지가 되어 있는 유기농 밭을 처음 본 분들이 받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터라, 열심히 비를 맞으며 풀을 베고 부직포를 댔다. 밭 고랑 하나하나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부직포로 덮여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 앞에 보이는 이 낙엽송 숲이 계절을 말해준다. 이제 여름이 깊어가는 모습이다. 연두 빛깔은 완전히 사라지고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계절마다 시시각각으로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제 조금 있으면 빛깔이 바래고 황금색 낙엽이 지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또 열심히 농사지을 테고...

 

 

 

다음 주 특별 발송품인 콩잎이다. 첫해 콩 농사 지었다가 망한 이후로 완전히 포기했다가, 올해 몇 년 만에 다시 심은 메주콩이다. 큰 기대를 안해서인지 아주 잘 자랐고, 잎도 아직은 깨끗하다. 콩보다 더 몸에 좋다는 콩잎은 1년에 한철, 순지르기를 할 때 주로 먹는다. 도시에선 구하기도 어렵다는데, 콩잎 맛을 아는 사람들은 콩잎쌈이며 콩잎김치 맛을 못 잊어 이맘때면 콩잎을 구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다음주에는 발송날 콩잎 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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