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
그제는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일기 예보로는 장마 시작이라는데, 장마라는 말이 이렇게 반가운 해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비 오기만을 기다리며 심지 못했던 들깨 모종도 비 맞으며 옮겨심고, 촉촉한 땅에 팥도 심었습니다.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비는 딱 하루 오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좀 살 것 같습니다.
#농활대
지난 주엔 장수에 농활대가 다녀갔어요. 익산의 원광대학교 학생들이었는데, 우리 마을엔 문예창작학과 학생들 11명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집에선 이틀 동안 네 명이 와서 일을 해주었고요. 농활대가 오기 전 “대학생들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그냥 풀이나 뽑으라고 하지.” 라고 말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다들 정말 열심히 일을 해주었고 밀린 일거리 해소에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냥 학점 따기 위해서 억지로 시간만 때우다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연구해가며 진지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들이 너무너무 이뻤어요. 사진은 방울토마토 유인줄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이날 망치질 하다가 “윽!” “악!” 하고 손가락 꽤 때리던데 멍이나 안 들었을지 모르겠네요.
#북쪽비단노린재
이 노린재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나요! 오랜 가뭄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 노린재들 때문에 배추, 청경채, 브로콜리, 양배추, 컬리플라워 등이 아주 대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피제를 이것저것 다 쳐보아도 효과가 없고, 아침저녁으로 한시간씩 손으로 잡아 죽이고는 있지만, 다음 날엔 또다시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통에 개체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네요. 노린재도 종류가 아주 다양한데, 이놈들 이름은 ‘북쪽비단노린재’라고 합니다.
이름은 참 예쁜데, 하는 짓은 너무나 고약합니다. 바늘처럼 생긴 긴 주둥이로 식물의 즙액을 쪽쪽 빨아먹기 때문에 잎에 이렇게 하얗게 마른 자국을 남겨버리지요. 페르몬을 이용한 노린재 트랩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서 잠깐 귀가 번쩍 뜨였으나, 이 트랩은 또 ‘개미허리노린재’라는 종류에만 효과가 있다네요. 농약 한 번만 치면 한 달 동안은 노린재가 얼씬도 안 한다는데, 유기농 농사에선 이렇게 넘기 힘든 벽을 만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도 연구를 거듭하다보면 언젠간 해결책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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