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벌레가 많이 타는 작물입니다. 처음 농사 시작할 때 무턱대고 심었다가 브로콜리 속까지 잔뜩 달라 붙어 있는 벌레를 보고 기절할 뻔 한 적도 있었지요. 맛있어서 벌레들이 좋아하나 봐요. 노지에서는 관리하기가 어려워 더욱 키우기가 어려운 편인데, 올해는 반갑게도 제대로 된 노지 브로콜리가 나와주었네요. 물빠짐이 잘 되는 땅에 심고, 가뭄이지만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고삼뿌리와 제충국 등으로 만든 유기농기피제를 자주 뿌려주었더니 요렇게 이쁘게 자랐네요. 사실 봄에 심으면서도 이건 성공하기 힘들거야 하고 심었는데 잘 자라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장마 오기 전에 부직포 깔기
유기농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바로 풀을 잡는 일입니다. 풀 한 포기 없이 작물만 깨끗하게 자라는 밭들은 거의 다 제초제의 힘을 빈 것이지요. 유기농에서는 당연히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직접 뽑거나 부직포를 대야 합니다.
장마 오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관리가 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풀이 쑥쑥 자라나서 잡을 수가 없어요. 봄에 하도 바빴던 지라 노지 밭이 풀밭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볼 때마다 저걸 빨리 잡아야지 잡아야지 하다가 어느덧 장마가 코앞입니다. 다행히 키큰 풀들을 낫으로 베어낸 뒤 부직포를 깔아 나가니 엄청나게 자랐던 풀들이 많이 잡혔어요.
수정벌
벌이 많이 없어졌다고 해서 요즘 농촌에는 수정벌을 밭에 넣어주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사과 농사 짓는 마을 이웃이 봄에 수정벌을 사서 과수원에 넣었다가, 착과가 다 끝난 지금은 벌이 필요가 없다며 저희집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벌을 갖다주었을 때는 마침 밭에 꽃 핀 작물이 없어서 산 속 아카시아 나무 밑에 놓아두었지요. 호박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호박밭으로 다시 이사를 시켜주었습니다. 벌은 방향감각과 귀소본능이 뛰어난 곤충이라 이사를 싫어한다는데, 어쩌다보니 이사를 많이도 시켰네요.
이른 아침 호박을 수확하러 호박밭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윙윙대는 소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사 후유증(?)을 극복한 일벌들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부지런히도 꽃가루를 모으러 다니는 소리입니다. 그 결실이 바로 이렇게 예쁘게 수정 잘 된 애호박이랍니다. 암꽃 수꽃 사이에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쭈글쭈글하고 끝이 뾰족한 이상한 호박이 나와버리지요. 수정벌들 덕분에 예쁜 애호박을 회원분들에게 보낼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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