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발송 품목 중 산나물들이 많아 산 속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예쁘게 물이 오른 새 잎사귀들로 뒤덮인 5월의 산 속은 참 아름답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다 보면 온갖 시름이 사라지고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고요하게 명상하는 느낌입니다.
이번에 보내드린 산취 향 어떠셨나요? 별 개성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양의 잎에서, 어떻게 이런 강한 향기를 내뿜게 되었을까 신기하게 생각될 만큼 취의 향기는 진하고 깊습니다. 어떤 분은 향이 너무 강해서 싫다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취나물 한 번 안 먹고 그냥 봄을 보내기는 아쉬운 일이지요. 사진 속에서처럼 취나물은 약간 그늘진 곳에 많이 퍼져 있답니다.
여기는 신비로운 느낌의 미나리 밭이에요. 돌나물 군락지와 함께 산 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 곳이랍니다. 마치 <천녀유혼> 류의 영화 속 한 장면 같지 않나요? 물을 좋아하는 미나리의 특성에 맞게 이곳엔 항상 습지 비슷하게 축축한 물기가 배어있습니다. 보내드린 미나리는 올해 처음으로 베어낸 햇미나리예요.
발송 작업을 마치고 나면 바쁜 밭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타민채와 시금치를 심었던 밭을 뒤엎고 2차 상추를 심고 있는 중이에요. 쌈채소를 매주 끊임없이 계속 보내드리기 위해서는 아직 한창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을 때 그 다음 번 쌈채소 모종을 부지런히 새로 심어야 한답니다.
하지만 요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일이라면 바로 풀 잡는 일이지요. 풀이 걷잡을 수 없이 컸거나 일이 많이 밀려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예초기를 쓰지만, 예초기 돌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시끄럽고, 매연이 심하고, 위험해요) 가능한 한 저희는 낫으로 베고 손으로 뽑을 때가 많습니다. 올해는 아직 예초기를 사용하지 않고 낫과 호미로만 풀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풀을 베기 전과 후의 모습이랍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이발을 시켜놓으면 휴~ 속이 다 시원해요.
중간 정도 자란 방울토마토 모종을 좀 더 큰 포트에 옮겨 심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해야 본밭에 옮겨 심을 때까지 모종을 튼튼하게 잘 키울 수가 있거든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모두 아직 이렇게 어립니다. 작지만 뿌리와 줄기에서 특유의 토마토 향기가 납니다.
산 속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나물 하고, 포장 작업 하고, 밀린 밭일 하고... 지친 몸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건 바로 요놈들이지요.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채소들은 그대로 저희 밥상에도 올라옵니다. 쌈장 찍어 바로 먹는 비타민채, 아삭아삭 돌나물, 양념장만 끼얹어 생으로 먹는 미나리, 간장 식초 들기름 살짝 넣고 버무린 열무 ... 백화골 밥상은 하루하루 점점 더 푸릇푸릇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참, 돌나물 위에 올려진 빨간 체리처럼 보이는 것은 다음 주 발송 예정 농산물 중 하나입니다. 체리는 물론 아니고요, 작년에 백화골 회원이셨던 분이라면 ‘아하, 이거~’ 하고 아시겠지요? ^^)
'농부의 하루 > 201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요로운 여름 (16) | 2011.06.08 |
---|---|
아기 열매들 (10) | 2011.05.28 |
열무와 근대 (16) | 2011.05.11 |
비 오는 황금 연휴의 벌레 잡기 (3) | 2011.05.09 |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른 5월 백화골 (5) | 2011.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