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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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비 오는 황금 연휴의 벌레 잡기

백화골 2011. 5. 9. 19:27

어린이날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지는 황금 연휴입니다.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휴가를 잘 사용하면 무려 6일이나 쉴 수 있는 좋은 날들입니다. 저희는 금요일에 농산물 발송 끝내고 주말에 비 온다는 소식에 이것저것 5월 작물을 심었습니다.

단호박, 참외, 가지, 고추 등을 노지 밭에 심었습니다. 비 오기 하루 전에 심느라 서둘렀는데 비가 적당히 내려줘서 뿌리를 잘 내릴 것 같습니다. 한 두달만 있으면 쑥쑥 자라서 맛 좋은 열매를 맺게 되겠지요.

‘농민에게 비오는 날은 노는 날’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은 하우스 안에서 일하거나 비 맞으며 일하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하우스 안에서 일했습니다. 일하다 보니 아주 예쁜 개구리 한 마리가 보이네요. 개구리는 모기 등 각종 벌레류를 먹어주는 좋은 천적입니다. 잘 살라고 한번 쓰다듬어 주고 사진도 찍어 주었습니다. 당당하게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요놈이 유기농 농사에서 가장 잡기 힘든 벌레인 벼룩잎벌레, 일명 ‘톡톡이’입니다. 어지간한 벌레들은 유기농 자재로 잡을 수 있는데 톡톡이는 어렵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자 톡톡이도 늘어나 사방을 튀어다니며 잎에 구멍을 내고 있습니다. 보통 국화과의 제충국으로 만든 유기농 자재가 진딧물이나 톡톡이 방제에 좋은데, 이삼일 간격으로 뿌려줘도 계속 활동하여 청경채나 배추류에 구멍을 송송 뚫어놓습니다. 지난주에 보내드린 청경채가 구멍이 조금 많이 뚫렸었죠. 바로 요놈들 짓입니다. 저희는 유기농이라도 어지간하면 벌레 구멍 없이 키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태평 농법하고는 반대로 '부지런 유기농'을 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요 톡톡이는 참 잡기가 힘드네요. 농산물에 구멍이 좀 뚫려 있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려요.

톡톡이만큼은 아니지만 달팽이 역시 골치 아픈 놈입니다. 가수 이적의 ‘달팽이’라는 노래는 멋지고 낭만적이지만, 밭에서 꾸물거리는 달팽이는 피해만 잔뜩 끼칩니다. 달팽이를 잡는 유기농 자재도 있지만 저희는 그냥 손으로 잡습니다. 달팽이는 작은 구멍을 내는 게 아니라 작물을 아예 통째로 갉아 먹습니다.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인데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수십 마리의 달팽이를 살생했네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날씨가 계속 흐립니다. 밭 일 하기는 좋았지만 한창 크는 작물들 햇볕 못 봐서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밭에 있는 작물들은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잠깐 장수군 계북면 ‘사과의 꿈’ 농장에 볼 일이 있어서 갔는데, 비 오는데도 사과꽃 따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들른 시간이 점심 시간이었는데, 마침 창고 바닥에 박스 깔고 앉아 점심을 드시던 할머니들 사이에 끼어 밥 한끼 잘 얻어 먹었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든 와서 밥 먹고 가라고 부르고, 지나가던 사람 역시 별 스스럼 없이 와서 밥 한 공기 뚝딱 같이 먹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농촌 인심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따뜻하고 좋은 농민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좋은 농민들에게 좋은 일만 생겨야 할 텐데요.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오고 강풍이 불거라네요. 여기저기서 재난문자를 보내고 주의하라고 하는데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