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지밭에 심은 완두콩 옆에 지주대를 꽂아주었습니다. 해가 구름에 자꾸 가리고 찬바람이 많이 부네요. 2년 연속 4월말 날씨가 이렇게 춥다보니 이제는 그냥 이맘때 추운가보다 하게 됩니다.
트럭에 잔뜩 싸리나무를 실었습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쓸만한 싸리나무 가지를 모아왔습니다. 예전에는 빗자루나 울타리로 유용하게 쓰이던 싸리나무가 요즘에는 찬밥 신세인 것 같아요. 도로가에 번지거나 밭 주변에 자라면 바로바로 누군가 싹 베어서 정리해 놓습니다. 그러면 우리같이 넝쿨식물 지주대로 쓸 사람들이나 주워가는 형편이지요. 보라색 꽃이 피면 참 예쁜데, 별로 쓸 일이 없어서인지 요즘 일부러 싸리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완두콩은 혼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식물입니다. 이렇게 무언가에 기대서만 크는 식물들이 많은데, 완두콩 지주대로 제일 좋은 건 잔가지 많은 싸리나무입니다. 오이망이나 고추 지주대에 줄을 연결해서 넝쿨을 올리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실험해본 결과 싸리나무가 제일 좋았습니다.
벌써 한뼘은 자라야 할 완두콩이 이제 손톱보다 조금 자랐습니다. 밤 기온이 거의 영하로 내려가니 이 정도 큰 것만 해도 대견한 일입니다. 처음에 싹만 잘 나고, 지주대만 잘 해주면 잘 자라는 완두콩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풍작을 이루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완두콩 싹 하나당 싸리나무 한 가지씩 꽂아주었습니다.
다 꽂아놓고 나니 아직 조그마한 완두콩 싹은 가려서 잘 보이지 않고, 꼭 싸리나무를 심어놓은 밭 같습니다. 이제 좀 따뜻해지면 완두콩 덩쿨손들이 왕성하게 뻗어나와 이 싸리나무 지주대를 휘감고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그 때쯤엔 여름이 막 찾아오고 있겠지요. 하루종일 땀 뻘뻘 흘리는 날들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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