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살이 식물인 부추는 한 번만 씨를 뿌려 놓으면 말 그대로 여러 해동안 알아서 자라는 기특한 작물입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뿌리는 튼튼하게 살아있다가, 봄내음이 좀 난다 싶으면 제일 먼저 뾰족뾰족한 잎을 내밉니다. 부추밭은 잘 보이지도 않는 밭 뒤켠 자투리 땅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가서 들여다 보지 못합니다. 올봄에도 ‘지금쯤 부추가 자라지 않았을까?’ 하고 오랜만에 부추밭에 가보니 어느새 벌써 이렇게 자라있네요.
한 달 전 쯤 유박 퇴비 몇 줌 뿌려준 것밖에는 해준 게 없는데, 올해도 이렇게 알아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베어내면 또 자라고, 또 자라고... 이맛에 마당 한귀퉁이에 작은 텃밭 농사 짓는 사람들도 부추만큼은 빼놓지 않고 심는가봅니다.
하지만 농사에 공짜란 없지요. 부추는 마냥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손 많이 가는 작물이기도 합니다. 풀 때문입니다. 여러해살이다 보니 밭을 갈아엎을 수도 없고 비닐 멀칭을 할 수도 없어서 수도 없이 풀을 뽑아주어야 합니다. 귀찮은 일이죠.
5월부터 부추를 보내려면 지금부터는 풀 관리 해 주고 퇴비를 잘 먹여주어야 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오후에 부추밭 풀을 뽑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노랫가락이 들리는 듯 합니다. 겨우내 꽝꽝 얼어있던 땅 속에서 올라오는 생명력 강한 부추인 만큼 향도 진합니다. 드디어 풀뽑기를 다 끝내고 깨끗하게 부추만 남은 밭을 바라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제 일기예보가 맞다면 금요일에 올 비를 흠뻑 맞고서 쑥쑥 키가 자라나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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