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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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표고버섯 밭으로 출장가다

백화골 2011. 4. 12. 19:46

오늘은 백화골에 맛있는 친환경 표고버섯을 공급해주는 영호형네 밭으로 출장 근무를 다녀왔습니다. 버섯 배지 옮기는 날이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요. 한 번 가서 일해본 사람은 다시는 안 가려고 몸을 사린다는 ‘노가다’의 최고봉, 공포의 배지 나르기! 저희도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살짝 떨리긴 했지만, 평소 이것저것 도움 받은 일도 많은 데다 올해도 맛있는 표고버섯 잘 공급해달라고 부탁하는 의미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버섯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단골 회원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한달에 한번 꼴로 보내드리는 표고버섯 참 맛있습니다. 15년 정도 표고버섯만 전문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최영호 형님이 버섯 농장의 주인입니다. 귀농 첫해부터 저희에게 이런저런 농사 비법도 전수해주고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예전에 나무에서 키우던 표고버섯은 농사 기술이 이제는 참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 압축시켜 작게 키우는 톱밥 배지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나무로 키울 때는 몇 번씩 뒤집어 주어야 하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모양도 들쑥 날쑥하지요. 배지 방식은 일하기도 쉽고 모양도 예쁘게 키울 수 있어서 최근에는 많은 버섯 농가가 배지 방식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 배지로 표고버섯을 키우는 방식은 1년에 세 번 정도 아주 힘든 노가다를 해야 합니다. 배지를 가져와 배양실에 옮겨 놓는 일, 배양실에서 배지를 밭에 옮기는 일, 수명이 다한 배지를 빼는 일. 이 세 번만 큰 고생을 하면 되는데 일손 부족한 농촌에서 사람 모아 하기 힘든 일이죠.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도우미로 버섯밭에 출장을 간 것입니다. 좋은 표고버섯을 공급받는 것 생각하면 이 정도 출장 근무쯤은 기쁘게 도와드릴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은 배양실에서 밭으로 옮기는 일을 했는데 한 바구니에 15kg 정도 되는 배지가 시간이 갈 수록 무거워 집니다. 저희 둘과 영호형, 장수군 산서면에 사는 성근씨 이렇게 넷이서 일을 시작했는데 일이 더딥니다. 10시가 넘어서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형수님까지 합류했는데 보통 남자들보다 훨씬 일을 잘 하십니다.

몸은 힘들어도 여럿이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힘을 모아 일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밖의 날씨는 추운데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오랜만에 몸이 쫙 풀리는 듯합니다. 저녁 무렵 드디어 일을 다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이웃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마음 때문인지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앞으로 가족회원분들에게 표고버섯을 보낼 때마다 오늘이 기억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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