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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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씨앗을 넣었습니다

백화골 2010. 3. 26. 21:44

 

3월은 참 힘든 달입니다. 가끔 따뜻한 날도 있지만 대부분 바람 많고 추운 날이 이어집니다. 봄이 올 듯 말 듯, 보이지 않습니다. 올 3월은 더더욱 춥고 바람 많고 눈비가 이어지네요. 벌써 노지 밭에 감자, 봄 배추 등이 들어가 있어야 할 시기인데, 계속 눈비가 내려 밭에 아무 것도 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노지 감자를 심을 계획이었는데, 어제 또 비가 내리는 바람에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어제도 밤새 집이 날아갈 것처럼 강풍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한밤중에 바깥에 나가 온도계를 보니 영하 5도. 하우스에 심어 놓은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가 걱정이 됩니다. 오늘밤 무사히 다 버텨주려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우스로 가서 용기를 내어 문을 열어봤습니다. 다행히 양배추 몇 개만 빼놓고는 다들 쌩쌩합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사람 사는 것이나 작물 자라는 것이나 비슷합니다. 작물들이 일단 뿌리를 내리고 활착을 하면 어지간한 어려움이 와도 죽지 않습니다. 뿌리를 제대로 못 내린 상황에서는 작은 추위나 바람, 병충해에도 쉽게 죽어버리구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떤 일을 하든 처음은 어렵지만, 일단 적응을 하고 뿌리를 내리면 어지간한 어려움엔 쉽게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오후에 접어들면서 바람이 조금 잦아들고 해가 반짝 뜹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밖에다 이불을 널어봤습니다. 기분이 참 좋네요. 며칠 전에 비닐을 씌워놓은 모종 하우스에 들어가 애호박이며 오이, 쌈채소 씨앗을 넣었습니다.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예년에 비해 며칠 늦어졌지만, 오늘이라도 파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남쪽 지방은 좀 따뜻하려나... 평소 장수는 고랭지라 농산물이 맛있다고 자랑을 하곤 하지만, 3~4월이 되어도 툭하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가 이어질 때면 ‘하필 이렇게 추운 곳으로 귀농을 해가지고...’ 하면서 좀 심통이 나기도 합니다.

요즘은 추운 날씨도 날씨지만 너무 잦은 눈비가 더 큰 문제입니다. 속까지 푹 젖어서 마를 틈이 없고, 게다가 젖은 땅이 그대로 꽝꽝 얼어버리니 땅을 갈아엎을 수가 없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행히 다음주 주말까지는 비 소식이 없다고 하네요. 땅이 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이 틈을 놓치지 말고 노지 감자를 심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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