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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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 453

오랜만에 내린 단비 (2008.09.25)

어제 오후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그동안 속아온 전력이 있는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다. 윗집 용민이네는 배추에 3시간 동안이나 호수를 연결해서 물을 주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일기예보가 맞았다. 저녁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밤새 비가 내렸으니 꽤 땅을 촉촉이 적셨나 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린 비로 가뭄으로 고생하던 작물들이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뭇잎 사이로 밤새 내린 비가 방울방울 달려 있다. 시골에 내려온 이후로 이러저러한 피해 때문에 비를 싫어했으나 이렇게 가뭄이 심하게 드니 비가 내리는 게 얼마나 반가운..

땅콩과 참깨 수확, 늦더위, 가뭄, 비를 기다리는 밤! (2008.09.21)

늦더위에 가뭄이 계속된다. 한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고 비가 한달 째 전혀 안 내린다. 작년과 반대다. 작년에는 이맘 때 한달 내내 비가 와서 애를 먹었다. 올해는 비가 안 와서 작물들이 말라죽는다. 때아닌 늦더위에 파리와 모기떼만 미친 듯이 날뛴다. 게다가 추석 무렵부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울상 짓는 사람들이 많다. 홍로 사과 5kg에 공판장 가격이 5~6천원, 상추 4kg 한 박스가 5~6천원, 토마토는 10kg 한 박스에 1만원 전후다. 가뭄으로 가뜩이나 수확량이 적은데 가격까지 떨어지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원래 날씨가 안 좋아 수확량이 떨어지면 공판장 경매가는 올라가는 법인데. 시골에 내려온 후부터 점점 추석이 싫어진다. 느긋하게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는커녕 택배 물량 몰려 물류 대란으로..

가을 농사 이것저것 & 사과밭에서 보낸 7년(같은 3일) (2008.09.08)

장수의 가을 아침은 산 중턱에 깔리는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비지땀 흐르는 한여름과 덜덜 떨리는 초겨울을 오가는 낮과 밤의 큰 일교차를 중재해주는 듯하다. 농촌에서 가을은 풍성한 잔치의 계절! 수확의 기쁨이 농부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준다. 지난 몇 년간 가을 준비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되새기며 올해엔 제대로 가을 준비를 했다. 김장배추와 무, 가을 양배추와 감자, 비트 등 가을 작물을 미리 미리 모두 심고, 겨울에 땔 나무를 다 베어 놨다. 올 겨울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수수가 하루가 다르게 빨그레 익어간다. 가을 하늘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멋지다. 작년에 김장배추 심을 시기를 가을 장마 때문에 놓쳐 한이 맺혔다. 올해엔 반드시 배추 농사를 제대로 해보리라 다짐을 했다. 그것도 부드러운..

추석이 코앞, 농촌 일손 확보 초비상 걸리다 (2008.08.25)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 농촌에선 추석 시즌이 개막됐다. 9월14일이면 아직도 3주나 남았지만 추석 대목을 노리고 농사지어온 많은 농민들은 오로지 이 한철 농산물 팔아 1년을 살아야 하기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게 일한다. 특히 사과, 배 등 과수 농가와 버섯, 오미자 등 특용 작물을 키우는 농민들이 가장 바쁘다. 추석 선물에 맞추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몇 배의 일손이 필요하다. 각 농가마다 인력 확보하느라 초비상이지만 사람 없는 농촌에 갑자기 일꾼들이 뚝 떨어질 리 만무하다. 바깥에서 어떻게든 일손을 꾸어올 수밖에 없다. 농사일로 받는 일당은 보통 남자는 5~6만원, 여자는 3~3만5천원 선이다. 멀리서 일하러 오는 사람인 경우 숙식 제공에 참도 주고 술도 준다. 일은 보통 아침 8시에서 오후 6시까지. 힘들긴..

여름 끝 가을 시작 (2008.08.18)

며칠 새 더위가 사라졌다. 한낮에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전형적인 가을바람이 분다. 세수하고 나면 얼굴이 땅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 여름은 다행히 큰 비나 바람, 태풍이 없어 농사짓는데 좋았다. 적당히 비가 내렸고 더웠다. 일기예보는 계속 틀렸지만 오보를 예상하고 일하니 평안했다. 농작물은 잘 자랐고, 우리는 지난 3년간의 영농일지를 참고하여 병충해 방제를 하고 씨앗을 넣고 작물을 관리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평화롭고 행복한 여름이었다. 귀농해서 가장 기분 좋은 일 하나가 빨래가 잘 마른다는 것이다. 도시처럼 나쁜 냄새가 들어설 틈도 없고, 날씨만 화창하면 몇 시간 사이에 깨끗하게 빨래가 마른다. 내친 김에 이불..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2008.08.03)

어제 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부었다. 오전 내내 집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넣을 가을 작물 심을 곳과 시기에 대해서 계획을 세웠다. 비가 그치고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듯 하여 장터에 가서 이것저것 씨를 사 가지고 와서 파종을 했다. 모종 키울 하우스에 풀이 많이 자랐기에 낫을 들고 구석구석 풀을 뽑고 있는데, 갑자기 땅벌들이 날아오른다. 소리지를 사이도 없이 볼에 딱 한 방을 쏘였다. 조금 따끔하여 집에 들어와 약을 바르고 계속 일을 했다. 시골에 온 후 벌에 몇 번 쏘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 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계속 밭에서 풀 뽑기 작업을 하는데 온 몸이 가렵다. 대낮부터 모기들이 달려드나 하고 계속 일을 하는데 가려움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 팔을 들춰보니 이미 두드러기가 심하..

시골집에 무슨 선물 들고 갈까? (2008.07.28)

귀농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보니 도시에서 놀러 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부모 형제, 친척, 친구, 옛 직장 동료들... 1년 내내 손님 안 오는 달이 없지만, 연휴가 낀 주말이라거나 요즘 같은 휴가철엔 저녁마다 온 동네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곤 한다. 반가운 얼굴을 찾아 먼 길 달려 이곳까지 내려오는 사람들이 빈손으로 그냥 올 리가 없다. 손님들은 도시에서 떠나기 전 길 찾아오는 법 설명을 한참 들은 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근데 뭐 필요한 거 없어?” 편한 친구들인 경우 “와인이나 한 병 사다 주던가.”, “달달한 던킨 도너츠가 먹고 싶네.” 등등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이곳에선 구할 수 없는 ‘도시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필요한 것 없으니까..

야생동물들과 함께 한 하루 (2008.07.14)

지난 주말부터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면서 폭염이 한풀 꺾였다. 해가 쨍쨍 떴다가 소나기가 퍼붓다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하늘이 변덕을 부리기는 하지만 일하기 나쁘진 않다. 오늘 아침엔 토마토와 오이를 수확하러 산 입구에 있는 하우스에 들어가려는데, 뭔가 휙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철렁했다. 뱀을 그동안 많이 봐서 어지간한 놈은 장화 신은 발로 들어 던지기까지 하는데, 이 뱀은 정말 크다. 머리도 삼각형으로 뾰족한 것이 독사인 것 같다. 이놈이 혀를 낼름낼름 내밀더니 하필이면 하우스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냥 두면 큰일나겠다 싶어 긴 막대기를 가지고 올라와 보니 토마토와 고추를 오가며 이리저리 설치고 다닌다. 한참 따라다니며 잡으려다 그만 놓쳤다. 할 수 없이 그냥 하우스 안에서 일하는데 살짝 등골..

매미만 신바람 났다, 땀 줄줄 흐르는 폭염 (2008.07.08)

오늘 낮에 가을 수확용 늦옥수수를 심었다. 겨우 한 고랑 심는 거라 2~30분이면 되겠지 하고 심기 시작했는데, 10초도 지나지 않아 땀이 줄줄줄 흘렀다. 정말 ‘줄줄줄’이다. 사람 몸에서 이렇게까지 땀이 흘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머리도 어질어질 핑핑 돌기 시작한다. 평상시 같으면 오기로라도 끝까지 옥수수를 심었을 텐데 더워도 너무 더웠다. 날씨를 우습게 보고 덤빈 것을 후회하고 얼른 집으로 피신했다.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 뉴스를 보니 국토대장정을 하던 대학생 한 명이 폭염에 행진하다 사망했단다. 겁이 살짝 났다. 아이고, ‘더위 그까이것’ 했다간 큰일나겠구나. 백화골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1년에 1~2주 밖에 안 되는 ‘한여름다운 한여름’이 바로 지금이다. 며칠 전 드디어 솜이불을 정리해 이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2008.07.05)

시골에는 회장님이 많다. 길거리에서 “회장님!”하고 부르면 적어도 10명은 뒤를 돌아볼 것이다. 친하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스무 명은 넘는다. 왜 이렇게 회장님들이 많을까.농민회 면 지회 모임에만 나가도 모이는 회원 10여명 중에 회장님이 4분이다. 두 분은 예전 회장님, 한 분은 현재 회장님, 나머지 한 분은 한달 정도 군 농민회 임시 회장을 지낸 회장님... 그리고 한 번 회장님은 영원한 회장님이라 이렇게 회장님이 계속 늘어간다.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직책이 높아진다. 평사원에서 대리, 과장, 팀장, 부장, 이사 등등... 한국처럼 호칭에 민감한 상황에서 나이든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직책으로 불러주면 된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모든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