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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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7년~2008년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도 농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2007.09.30)

백화골 2009. 3. 4. 11:40

어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공판장에 상추를 출하했다. 가족회원 발송용으로 심은 상추가 좀 과하게 쏟아져 나온 데다 요즘 상추 가격이 좋다길래 새벽에 상추를 조금 따서 냈다. 그런데 오후에 확인해 보니 4kg 한 상자에 3만원이 나왔다. 첫물인 데다가 공판장에서 비인기 품종인 먹상추(약간 검은 빛이 도는 상추)를 낸 것인데도 우리가 지금까지 공판장 상추 냈던 가격 중 최고가가 나와 놀랐다.

지난주 말부터 직거래를 시작한 쌈배추 가격을 우리는 택배비 제외하고 2kg에 1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상추내면서 보니 요즘 쌈배추 공판장 시세가 1만3천원에서 1만5천원 정도가 나오고 있었다. 직거래를 해서 오히려 손해가 난 셈이다. 직거래 가격보다 공판장 가격이 높다니. 거의 처음 겪는 일이다.

그것도 한동안 이 가격대가 유지될 거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직거래를 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때는 좀 손해가 날지 몰라도 공판장 가격은 워낙 들쑥날쑥하는 것이고, 직거래를 통해 새로운 도시 이웃과 농산물을 나누는 게 한참은 더 행복한 일이다. 요즘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태풍과 엄청났던 늦장마 때문이다.

비가 계속 쏟아지니 노지 작물이 결딴난 건 말할 것도 없고, 하우스 작물까지 각종 곰팡이병이나 병충해의 피해를 받았다. 남쪽 지방에서는 아예 농작물을 심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주가 태풍으로 쓸려버린 것도 영향이 크다. 그나마 농산물이 나오는 곳은 장수군 같은 고랭지 지역의 하우스 시설 재배다.

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이득 보는 건 역시 중간 상인들. 서울서 한 포기에 5천~7천원에 팔린다는 배추가 공판장 시세는 3, 4포기에 4천원에서 5천원 정도 한다. 엄청난 중간 마진이다. 게다가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요즘 같은 날씨에는 농산물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출하할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농산물 값 폭등으로 돈벌이를 한 농민보다는 재해 때문에 망한 농민들이 더 많으니, 돈 벌면서도 죄스런 마음이 든다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