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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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6년~2021년

2017년 백화골 유기농 제철꾸러미 열네번째 주 발송, 방울토마토가 방울방울

백화골 2017. 8. 9. 18:02

태풍이 온다고 해서 바싹 긴장하고 있다가 다행히도 옆으로 비껴간 덕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리고 태풍 추이를 지켜보며 본밭에 내다 심기를 미루고 있던 양배추와 브로콜리 모종을 주말 동안 모두 심었답니다. 이미 한 달 전에 씨를 넣고 키워왔던 모종들입니다. 여름의 한복판에서 가을 농사를 준비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는 이미 내년 농사를 계획하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들여다볼 만큼 실시간으로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늘 계절을 앞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농사랍니다. 현재와 미래가 늘 겹쳐지는 셈입니다.

농사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들도 다 마찬가지겠지요. 조만간 무럭무럭 자라날 가을 채소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이 솔솔 불어올 가을 소슬바람을 생각하며 지금의 삼복더위를 견뎌봅니다. 더위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요, 혹시라도 배송 도중 더위를 못 견디고 상한 농산물이 배달되었을 경우엔 꼭 연락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작은가족회원 기준으로 열네 번째 주 유기농제철꾸러미 발송 품목은 단호박, 가지, 토마토, 깻잎, 풋고추, 애호박(또는 오크라), 오이, 방울토마토, 셀러리 등입니다. 일부 품목은 요일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단호박,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로 보내드리네요.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싱싱할 때 먹는 게 좋은 다른 채소들과 달리, 며칠 묵혀두었다가 이용해도 되는 채소이다 보니, 단호박을 보면 절로 느긋한 마음이 들어요. 부엌 한 구석에 두고서 이렇게 해먹을까, 저렇게 해먹을까 궁리해보게 되고요. 결국엔 그냥 쪄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가지가 물이 올랐어요. 장마철 지나면서 가지를 괴롭히던 진딧물도 깨끗하게 다 씻겨나가고, 아침에 밭에 갈 때마다 탐스러운 보랏빛 열매를 주렁주렁 선보이네요. 가지는 올해 길쭉길쭉하고 날렵한 모양과 짤막하고 통통한 형태 두 가지 종류를 심었어요. 무작위로 섞어서 보내드리고 있으니까 가지 모양이 왜 서로 다른가 하고 궁금해 하지 마시고 그냥 똑같이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토마토는 이제 절정기를 지나 조금씩 수확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아마 앞으로 두세 번 정도 더 보내드리고 나면 마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깻잎은 심어놓기만 하면 잘 자라긴 하지만, 의외로 병충해가 많이 오는 작물이에요. 벌레들도 많이 갉아먹고, 장마철을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잎 뒷면에 울긋불긋 갈색 반점들이 생기지요. 그래서인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채소를 대상으로 무작위 잔류농약 검사를 하면 늘 단골로 초과 검출되는 품목이 깻잎이더라고요. 농약 걱정 없는 백화골 깻잎은 그냥 물에 대충 흙먼지만 씻어내고 드셔도 안심이랍니다.

풋고추는 맵지 않은 품종으로 계속 보내드리고 있으니까 매운 걸 잘 못 먹는 식구가 있더라도 부담 없이 밥상에 계속 올리시면 된답니다.

애호박오크라 중에서 한 가지를 보내드리고 있고요,

오이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가시오이, 백오이, 노각오이를 무작위로 섞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요즘 비가 잦아서인지 간혹 가시오이 중에서 포장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가끔 가는 도중에 상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혹시라도 이런 오이를 받으신 분은 귀찮다고 넘어가지 마시고 꼭 문자로 알려주시고 보상농산물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방울토마토가 방울방울 정신없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토마토가 한풀 꺾이면서 생긴 빈 자리를 방울토마토가 메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울토마토는 다음 주, 다다음주에도 꾸준히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셀러리는 이번 주에 새롭게 인사드리는 채소네요. 연한 대 부분은 마요네즈나 초장에 찍어서 생으로 드시면 되고요, 좀 질긴 잎 부분은 잘게 썰어서 샐러드에 넣거나 전을 부쳐 먹으면 좋아요. 셀러리는 국물 요리에 사용하셔도 좋은데요, 주로 맑은 국물 요리를 할 때 셀러리를 조금 썰어 넣으면 향이 훨씬 더 좋아진답니다.

   

 

8월9일 백화골&사람들

 

 

  

이번 주엔 특별한 꼬마 손님들이 백화골에 찾아왔어요. 여름방학 때 잠깐이라도 시골에 가고 싶다며 엄마를 엄청나게 졸라댄 끝에, 이런저런 인연으로 백화골까지 오게 된 씩씩한 꼬마들이랍니다. 일일 농부가 되어 옥수수도 따고, 옥수수 껍질을 벗겨 엮기도 하고, 고사리 손으로 깻잎도 따고... 자연 속에 있는 아이들은 언제 봐도 참 눈이 부셔요.

 

 

안 그래도 늘 농사도우미들로 꽉 차 있는 집이 복작복작 터질 것 같긴 했지만, 농사일을 너무나 재미있어 하는 꼬마 손님들 덕분에 백화골 농부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백화골의 여름 풍경이 아이들의 기억 창고 한 귀퉁이에 오랫동안 간직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