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분들에게 농산물 상자에 같이 넣어 보내드리는 안내장을 프린터로 출력하는데 며칠 전부터 자꾸만 중간에 용지가 걸립니다. 몇 번을 낑낑대며 종이를 억지로 잡아 빼내고 다시 출력하기를 반복하다가 답답해서 프린터 회사 A/S 센터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담당자분이 한숨을 푹 쉬면서 하루 종일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하시네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종이가 습기를 먹어서 자꾸만 용지걸림이 된다는 것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왠지 조금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요즘 많이 더우시죠? 매년 겪는 더위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때마다 새삼스레 놀라곤 합니다. 맞아, 여름이 이렇게 더운 거였지, 하고 말이에요. 땡볕에 밭에서 일하는 농부도 덥지만, 이 폭염 속에서 고생하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일 거예요. 똑같이 더위로 고생하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백화골 농부들도 하루하루 꿋꿋이 버티고 있답니다. 다들 힘내시고요, 힘겹게 더위를 이겨내며 씩씩하게 자라준 백화골 채소들로 이번 주에도 건강한 밥상 차려보세요.
작은가족회원 기준으로 열두 번째 주 유기농제철꾸러미 발송 품목은 바질, 단호박, 토마토, 오크라, 풋고추, 가지, 오이, 양파 등입니다. 일부 품목은 요일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바질은 새로 심어 싱싱하게 자라는 잎들을 수확해 보내드려요. 향이 강한 허브 채소인 바질은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데요, 혹시 허브 채소 활용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그냥 다른 잎채소들처럼 간단하게 기름에 볶아서 드셔도 된답니다. 볶은 바질은 깻잎 볶음과 비슷한 맛이 나요.
단호박은 바로 드셔도 좋지만, 1주일 정도 두었다가 드시면 단맛이 높아져서 더욱 맛있어집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건조한 실온에 두시면 몇 주 정도는 보관이 가능해요. 간혹 습기 때문에 꼭지 부분에 흰 곰팡이가 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곰팡이 핀 부분만 제거하면 드시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토마토가 뜨거운 햇볕에 잘 익어가고 있어요. 아무쪼록 터지지 않고 회원분들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토마토는 냉장고 말고 꼭 실온에서 보관해주시고요. 참, 토마토는 바질과 찰떡궁합으로 잘 어울리는 채소예요. 이번 주에 마침 두 가지가 다 가니까 같이 이용해보세요.
오크라는 백화골에서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채소예요. 일명 레이디 핑거라고도 하지요. 매년 이렇게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보고 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백화골 농부들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랍니다. 오크라는 자르면 토란이나 알로에처럼 끈적끈적한 점액이 나오는데요, 이 성분이 위장에 참 좋다고 하네요. 드실 때는 데치거나 볶아서 이용하시면 됩니다.
풋고추는 지난주보다 조금 양을 줄여서 보내드리고 있고요.
가지는 요즘 한창 제철이라 이번 주에도 조금씩 보내드려요.
오이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동안 봄 오이가 진딧물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바람에 넉넉히 보내드리지 못했지요. 새로 심은 여름 오이가 이제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으니까 한동안은 넉넉하게 꾸러미에 넣어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양파는 격주에 한 번 꼴로 발송되고 있으니까 앞으로 2주 정도 뒤에 또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7월25일 백화골&사람들
해마다 이맘때면 백화골에서 하는 특별한 공놀이(?)가 있답니다. 바로 단호박 수확인데요. 단호박 밭이 워낙 경사가 심해 운반이 어려워요. 그래서 여러 명이 줄을 서서 공놀이 하듯이 수확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태국 친구 린과 바이부아, 일본 친구 아사코가 함께 단호박 수확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단호박이 무거운데다 밭 경사도가 높아서 사실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평소 차분하던 아사코가 갑자기 활기차게 운동선수처럼 변신해서 단호박을 기막히게 잘 던지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배구 선수였다고 하네요. 아사코는 세계 여행자네트워크를 통해서 찾아온 첫 일본인인데요, 덕분에 땡볕에 단호박 수확을 잘 마쳤습니다. 단호박은 극심한 봄 가뭄과 여름 폭우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어서 이번 주부터 회원분들 집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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