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예보되어 있던 비 소식. 하필 회원 발송 첫 날 비가 올게 뭐람, 하고 툴툴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는 반갑기만 합니다.
아침 9시부터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가 되어 있길래, 비 오기 전 조금이라도 수확을 마쳐놓으려고 새벽 4시 반부터 헤드랜턴을 쓰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네, 이번 주는 수확하러 밭으로 안 가고 주로 산으로 간답니다. 아직 밭에 나오는 채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나물 들나물은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기 때문에 매년 첫 주 발송 품목은 산에서 주로 채취해오곤 했습니다.
산나물 하러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집 주변이 모두 산이니까요. 높은 산은 아니지만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제법 생태계가 아기자기합니다. 고라니와 산토끼, 꿩은 흔히 볼 수 있고 뱀과 개구리도 많습니다. 하늘엔 산비둘기, 참새, 까마귀, 박새들이 수시로 날아다니고 가끔 커다란 그림자를 끌고 백로와 매가 스윽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을로 흐르는 도랑에선 가재가 살지요. 다른 모든 산들과 마찬가지로 참 다양한 생명들을 품고 있는 고마운 산입니다.
산에 있는 머위 군락지입니다. 이번 주 발송 품목 중 하나입니다. 머위는 씁쓰름한 맛이 매력이지요. 마냥 쓰기만 하다면 먹기 싫을 테지만, 머위 특유의 강렬한 향기와 깔끔한 뒷맛이 봄이면 자연스레 머위를 찾게 만듭니다.
머위를 하고 쑥으로 넘어가려는데 예보보다 30분 이른 8시 반부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살 속을 파고들 것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아니고 봄비답게 가지런히 예쁘게 내리는 비여서 우비 입고 다니며 일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미 5월 하고도 중순이라 양지 쪽 쑥은 이미 억세게 자라버렸지만, 음지 쪽 쑥밭은 딱 먹기 좋을 만큼 컸습니다.
요건 땅두릅입니다. 전에 살던 곳 뒷산엔 두릅나무가 흔했는데, 이곳엔 땅두릅이 많네요. ‘독활’이라고도 불리는 땅두릅은 이름처럼 나무가 아니라 땅에서 바로 순이 올라옵니다. 사실 이곳에 이사와 땅두릅을 처음 먹어봤습니다. 향과 맛이 나무에서 딴 두릅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향은 땅두릅이 훨씬 더 짙은 편입니다.
비를 맞으며 일했더니 으슬으슬 춥고 한기가 들어 옷을 몇 개나 껴입고 포장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쌈배추를 포장하고 있을 때 찰칵~ 사진이 찍혔네요.
첫 발송이라 조금 긴장하고 일했지만, 다행히 모든 작업을 무사히 마치고 늦은 오후 택배차에 박스들을 실어 보냈습니다. 이제 회원분들 집으로 무사히 배달되어 도착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포장하고 조금씩 남은 산나물들은 집으로 가져와 저녁 밥상에 올렸습니다. 요리는 모두 저희의 첫 발송 작업 격려차 내려와 머물고 계신 시어머님과 이모님이 맡아 해주셨답니다. 덕분에 제대로 된 ‘푸른 밥상’을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답니다. 룰루랄라~~
쑥과 밀가루, 소금만 넣어서 부친 쑥전입니다. 몇 해 전 쑥을 보내드렸더니 며칠 뒤 한 회원분이 “쑥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어요.”라는 문자를 보내오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 쑥은 뭐니뭐니 해도 쑥 된장국으로 끓여 드시는 게 최고구요, 이렇게 간단하게 밀가루 반죽에 쑥을 넣고 전을 부쳐 드셔도 좋답니다.
그냥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머위에요. 머위는 된장국에 넣어서 드시거나, 데쳐서 된장 양념장(된장, 들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 등)에 버무려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희가 좋아하는 방법은 이렇게 그냥 데치기만 해서 접시에 놓고 쌈을 싸먹는 거예요. 호박잎 쌈 드실 때랑 똑같이 생각하시면 돼요. 아, 그리고 거친 섬유질 질감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대와 잎 뒷면의 섬유질을 쭉 벗겨낸 뒤 드시면 한결 보들보들할 거예요.
너무 예쁘지요? 삶은 두릅을 5cm 정도 길이로 가지런히 잘라 접시에 빙 둘러놓고 초장을 곁들여 놓으셨네요. 두릅은 ‘데친다’와 ‘삶는다’의 중간 정도 느낌으로 끓는 물에 살짝 삶아주세요. 너무 살짝 데치면 뻣뻣하고 너무 오래 삶으면 물컹거리니까요. 향이 참 좋은 땅두릅, 더 많이 보내드리고 싶지만 워낙 험한 산길 가시덤불을 헤치며 수확해야 하는 거라 조금씩밖에 못 보내드려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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