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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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제철꾸러미/2011년~2013년

시래기 쉽고 빠르게 삶기

백화골 2011. 3. 9. 00:45

요즘 백화골 푸른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공은 시래기입니다. 밭에서 나오는 야채는 겨울잠 자고 깨어난 대파가 전부이고, 산나물 들나물은 아직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전이고...

이럴 때 가장 효자 역할 하는 야채가 바로 처마 밑에 나란히 걸어둔 시래기입니다.

작년엔 이 시래기를 아껴두었다가 백화골 농산물 꾸러미 발송을 시작하자마자 회원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발송했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 무농사가 워낙 시원찮았던 까닭에 회원들에게 보내드릴 만큼 시래기를 말리지 못했거든요. 연일 주룩주룩 내리는 가을비로 타격을 입었던 작년 가을 농사의 여파가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는군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처마 밑에 한 줄로 걸어놓았던 시래기를 아낌없이 걷어다 먹다보니 벌써 휑하게 빈 줄만 남았습니다. 문득 시래기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꽁꽁 얼린 삶은 시래기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보내기도 하고, 눈독 들이는 손님에게 나눠주기도 하고요.

요즘 이렇게 시래기 반찬을 매 끼니 먹을 수 있게 된 건 새로운 손질법 덕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24시간 이상 물에 불렸다가 1시간 정도 냄비에 넣고 푹푹 삶아서 요리해 먹었거든요(이전 글 ‘무시래기 요리하기’).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스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간혹 뻣뻣한 기운이 빠지지 않을 때도 있구요.

그런데 올해 대보름날에 어머님이 무치신 시래기나물을 우연히 맛보았는데 야들야들 그렇게 연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하려면 몇 시간이나 삶아야 돼요?” 하고 여쭤보니까 “왜 몇 시간이나 삶고 있어? 압력솥에다 하면 금방 되지.” 하십니다. 아하~ 이건 뭐 생활 속 ‘콜럼버스의 달걀’이 따로 없네요.

집에 돌아와 어머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으로 시래기를 삶아보니 한결 시간도 절약되고 좋네요. 기존 방법보다 더 쉬워진 ‘시래기 삶는 방법 2’입니다. 혹시 이보다 더 좋은 방법 알고 계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1. 시래기를 한나절 정도 불린다.
2. 불리면서 한두 번 물을 갈아준다.
3. 깨끗이 헹궈 씻은 시래기를 압력솥에 넣고 물을 넉넉히 잠길 만큼 부은 뒤 끓인다.
4. 압력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10분 정도 끓인다.
5. 불을 끄고 솥이 식을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 둔다.
6. 시래기를 꺼내서 꾹 짠 다음 적당한 길이로 썰어 냉장실에 넣어둔다. 양이 많은 경우엔 한번 반찬 해먹을 만큼씩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둔다.

몸에 좋은 무청을 겨우내 말려두었다가 시래기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조상들의 지혜와 압력솥에 간단하게 삶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하신 어머님의 지혜 덕분에 요즘 시래기국, 시래기나물 아주 잘 해먹으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