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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1년

씨감자 썰기

백화골 2011. 3. 4. 20:15

씨감자를 썰었습니다. 흰색 수미 감자 반, 그리고 빨간색 자주감자 반입니다. 하우스에 흰 감자와 자주감자를 절반씩 심을 계획입니다.

몇 해 계속 씨감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씨감자는 전 해 가을에 신청을 합니다. 마을별로 필요한 씨감자 수량을 모아서 행정기관에 접수하면, 이듬해 봄에 보급해주는 방식입니다. 자칫 바이러스에 감염된 씨감자를 잘못 쓰면 밭 전체는 물론 주변으로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특별히 관리해 키운 씨감자를 이런 식으로 나누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 역시 신청만 받아가고 씨감자를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수량이 모자라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수량을 못 맞출 거면서 씨감자 신청은 왜 받나 싶어 담당기관에 항의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올 겨울이 워낙 추웠고, 씨감자를 너무 많이 공급하면 감자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어쩌고...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사설 씨감자 업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는데, 그곳에 전화해보니 정부 보급종보다 무려 2배나 비싼 가격을 부릅니다. 한 박스에 자그마치 5만원이라네요. 어휴!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겨우 한 박스 3만 8천원에 감자를 구하긴 했는데, 보급품 씨감자가 아니라 알이 너무 작습니다. 자르다보니 절반 이상이 통으로 심어야 할 크기입니다. 그래도 요즘처럼 씨감자 구하기 어려운 때 이게 어디야 하고 정성스레 다듬었습니다. 미리 자란 싹 떼어내고, 감자 눈 개수 보아가며 적당히 자르고, 나뭇재까지 버무려 놓습니다. 이제 3일 정도 말렸다가 심으면 됩니다.

자주감자 씨는 작년 가을에 직접 재배해 수확하자마자 땅 속에 묻어둔 것을 꺼내 썼습니다. 몇 년째 계속 이런 식으로 씨를 받아가며 키우는 토종감자인데, 보급종 흰 감자에 비하면 양은 적게 나오지만 자주감자 특유의 감칠맛이 있습니다.

항아리에 넣어 땅 속 깊이 묻어두었더니, 갓 캔 것처럼 싱싱한 것이 당장 몇 개 삶아 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씨감자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그런 욕심은 부릴 수가 없지요. 한 알도 남김없이 잘라서 나뭇재에 버무려 놓았습니다. 

자, 이제 씨감자 준비도 다 끝났으니 어서 밭 만들고 심기만 하면 될 텐데, 또다시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 때문에 바깥일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언 손을 녹이며 쉬엄쉬엄 퇴비 넣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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