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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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0년

봄 장마! 삽으로 고랑을 파다

백화골 2010. 3. 7. 23:18

2월부터 계속 눈비가 내립니다. 해가 뜨는 날이 거의 없네요. 작년 봄에는 가뭄 때문에 물 주느라 고생이었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입니다. 과일 농사 짓는 분들은 전지를 아직 다 못 마쳤는데 비가 와서 일을 못하고, 봄 감자나 배추 같은 채소를 심어야 하는 농민들은 땅이 젖어서 밭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도 1주일 넘게 하우스 감자를 심으려고 이리저리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겨우내 최대한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우스 양쪽 비닐을 걷어놓았는데 눈비가 하도 많이 내려서 안으로 물이 잔뜩 고였습니다. 땅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기계를 가지고 들어가면 완전 푹 꺼져버려 땅을 버립니다. 둘째 해인가 급한 마음에 젖은 땅에 트랙터를 몰고 들어갔다가 다음해 농사까지 어려웠던 적이 있는지라, 일단 하우스 양쪽 개폐기 문을 닫고 며칠을 땅이 마를까 기다렸습니다.

하우스 감자는 장수 지역에서는 보통 2월 20일에서 2월말 사이에 심습니다. 노지 감자는 3월 15일에서 3월 25일 사이에 심는데, 하우스 감자가 생육 기간이 훨씬 앞섭니다. 2월 말에 심으면 보통 5월 20일 정도에 수확합니다. 노지 감자는 3월 15일에 심어도 6월 말에나 수확하구요. 저희는 하우스 감자를 반 정도, 나머지를 노지에 심습니다. 5월에 먹는 햇감자 참 맛나거든요.

서둘러 퇴비 뿌리고 씨감자를 미리 잘라 놓기까지 했습니다만, 땅이 마르질 않습니다. 며칠을 한숨만 푹푹 쉬며 기다렸습니다. 조금 젖어 있어도 그냥 트랙터를 몰고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지난 5년간 이 땅을 만들며 고생한 일들을 생각하니 그냥 힘들어도 삽으로 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친환경농사를 짓는 분들 중에 기계와 비닐도 아예 안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농사짓는 농민들은 하기 힘든 일이지만 기름과 비닐을 안 쓰니 좋은 일이지요. 게다가 기계를 안 쓰면 땅이 눌리지 않아서 땅심도 훨씬 좋아집니다. 하지만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서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농민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트랙터와 관리기로 했으면 2시간도 안 걸렸을 일이 20시간이 걸렸습니다. 며칠을 계속 삽질을 하니 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 무렵 밭 고랑이 거의 완성되고 꼴이 갖춰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합니다. 비록 밭뙈기 하나지만 손수 기계 안 쓰고 밭을 만들고 감자 심을 준비를 하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드디어 내일쯤이면 씨감자를 심을 수 있겠네요. 올 봄감자는 어느 해 보다도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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