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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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찬바람이 불면~ 우린 배추를 심어요!

백화골 2009. 8. 26. 23:16

사고를 낸 문제의 경운기다. 윗집 이웃인 용민 아빠가 끌고 내려가다 보니 경운기가 또 말썽을 부려서 중간에 그냥 세워놨다고 한다. 술 많이 마시는 시골 할아버지들을 기다리는 건 크고 작은 경운기 사고다. 어찌나 사고가 많이 나는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시골 생활에 필요하다 하여 배우기는 했지만 이제는 거의 아무도 경운기에 손대지 않고 있다. 나도 처음 1, 2년 경운기를 몰고 다녀보니 아무 곳이나 잘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기는 했지만 위험한 상황이 많아 지금은 아예 몰지 않는다.

한밤중의 소동으로 정신이 없어서 다음날 아침이 참 피곤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당분간 일은 못하게 되셨지만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한다. 술이 깨서는 너무 고맙다고 연신 인사말을 건네신다.

들깨가 참 잘 자랐다. 쑥쑥 키가 커 올라간다. 깻잎을 따고 있는데,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 달 말이 출산 예정일이었는데 둘째를 무사히 출산했단다. 피곤한 기운이 싹 사라진다. 가족회원 발송 작업을 서둘러 마치고 오후 늦게 인천으로 출발,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갓 세상에 나온 아이를 안아봤다. 작고 귀엽고 예쁘다. 새로 태어난 우리 조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첫 수확하는 밤고구마다. 장터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고구마 모종을 보통 쑥 찔러 넣어 심는데, 그러지 말고 동그랗게 말아 심으면 상품성도 좋고 캐기도 좋다고 가르쳐 주셨다. 그래서 따라 해봤는데 과연 동그랗게 심은 곳 밑으로 주렁주렁 가지런히 고구마가 달렸다. 작년엔 굼벵이 피해 때문에 고구마를 절반 이상 버려야 했는데, 올핸 피해가 적다. 다행이다. 밤고구마는 호박고구마처럼 달지는 않지만 신선한 햇고구마 맛이 일품이다.

가을 상추를 심었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전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 올해 참 쌈채소 농사가 힘들다.

가을 자주 감자가 싹이 잘 올라왔다. 작년보다 조금 일찍 심었는데 아무래도 잘 자랄 것 같다.

오늘은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배추 심을 준비를 하거나 배추를 심는 날이었다. 용민이네도 옥수수 심은 밭을 정리하고 배추를 심기 위해 하루종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도 배추를 심기 위해 밭에 퇴비를 뿌리고 관리기로 골을 만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배추를 잘 키우기 힘들다. 8월 25일 전후가 배추 심는 날인데, 며칠만 놓쳐도 농사가 잘 안 된다.

참외를 정리한 밭에 미생물까지 듬뿍 뿌려준 다음 비닐 멀칭을 하여 배추 심을 준비를 마쳤다. 배추심기까지 끝내고 싶지만 해도 넘어가고 모기가 달려든다. 내일은 배추를 심으며 아침을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