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살짝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우리는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가사처럼 ‘별일 없이, 별다른 걱정 없이 산다.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다’. 반자본주의적인 귀농을 꿈꿨던 우리들이 마음에 새겼던 ‘단순, 소박, 가난한 삶’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별다른 욕심 없이 덜 벌고, 덜 쓰면서 농사로 자립해서 산다. 딱 이만큼만 계속 살면 좋겠다.
덥긴 더운가 보다. 얼마 전에 심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잎이 축 늘어져 있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쑥쑥 더 예쁘게 자랄 것이다. 뒤늦게 찾아온 늦더위가 낮 동안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견딜만하다. 더위라고 해봤자 이제 1, 2주 후면 물러날 것을 알기에 더 마음이 편하다. 마음껏 더위를 즐기며 실컷 땀흘리고 차디찬 지하수로 샤워하면 기분이 아주 좋다.
며칠 전 저녁에 진안 전통문화전수관에서 펼쳐진 증평굿 공연장이다. 시골 풍물굿 공연은 공짜 술과 밥에 안주까지 푸짐하게 차려준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신명나게 벌이는 한판 굿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장수에서도 이런 좋은 공연들이 자주 열리면 좋으련만 기회가 많지 않다.
토마토가 끝물이라 상태가 좋지 않다. 다음 주 초에 토마토를 정리하고 가을 작물을 심을 예정이다. 올해 토마토 농사는 긴긴 장마에도 별다른 병 없이 잘되어 기분 좋게 수확하고 발송했다.
하우스 주변에 풀이 미칠 듯이 자라난다. 어디서 저렇게 씨앗들이 날아와 자라는지. 조금 더 키웠다가 올해 마지막 예초기질을 할 계획이다.
고추가 익어간다. 날씨가 좋아서 고추 말리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제 여름 휴가철도 끝나고 늦더위도 조금씩 수그러들겠지. 다음 주면 가을 배추와 양상추, 무 등 올해 마지막 작물들을 심는다. 언제나처럼 한 해가 후딱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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