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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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09년

양상추, 비트 수확, 오디가 익어 가는 시절

백화골 2009. 6. 11. 15:32

아침에는 짙은 안개, 낮에는 해가 쨍쨍 뜨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독특한 날씨가 이어진다. 인도나 네팔의 우기 날씨 같다. 간간이 내리는 비 덕분에 가뭄에 시달리는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물론 풀도 함께 잘 자라서 풀 매는 시간이 늘어간다. 밭에 나가보면 어찌나 할 일이 많은 지 잠잘 때도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면 부담이 될 정도다.

작년보다 땅 규모를 줄였는데도 할 일이 태산이다. 참 농사일은 끝이 없는 고단한 노동의 연속이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아주 편하고, 또 보람 있는 일이어서 많은 행복을 안겨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여름 작물 밭에 심고, 양상추와 비트 등을 수확하고, 곁순 지르고, 풀 매며 지낸다.

하우스 감자를 심었던 자리에 퇴비와 미생물을 넣고 며칠 땅을 쉬게 한 후 여름 브로콜리를 심었다. 봄에 알 꽉찬 브로콜리 수확에 힘을 얻어 심었는데, 여름 브로콜리는 그야말로 벌레와의 전쟁이다. 심고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톡톡히 벌레와 진딧물이 달려들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땅콩은 비교적 재배하기 쉬운 작물이다. 잘 심고, 풀만 매주면 된다. 그런데 이 풀 매주는 일이 만만치 않다. 이상스럽게도 땅콩 주변에는 풀이 잘 자란다. 심은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벌써 두 번째 풀을 매주었다.

애호박이 나오기 시작한다. 초기에 진딧물을 잘 잡아주고 곁순을 잘 질러주어서인가 보다. 애호박은 추비만 잘 주면 11월초까지 수확할 수 있는 아주 효율성이 높은 작물이다.

귀농 첫해에 하우스 한 동 가득 재배하며 인연을 맺은 양상추. 올해 유독 일교차 큰 날씨 때문에 2주나 수확 시기가 늦춰졌다. 오랜만에 양상추를 먹으니 신선한 맛이 기운을 북돋는다.

빨간 무 비트다.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큰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작년보다 큼직하게 잘 자라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다.

비트는 진짜 빨갛다. 살짝 자르기만 해도 피처럼 빨간 물이 나온다. 물김치 담을 때 한 조각만 넣어도 전체 색깔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두엄 더미를 만들었다. 밭에서 나오는 각종 풀이며, 작물 수확 후에 남는 잎들을 잘 모으면 아주 좋은 식물성 퇴비가 된다. 매일매일 조금씩 모아 잘 발효시켜서 밭에 사용할 계획이다.

우연히 들른 사과밭. 꽃 떨어진 자리에 손톱 만한 열매가 맺혀있다.

자연이 주는 6월의 선물 오디다. 그 어떤 과일보다도 달고 맛있다. 오디는 금방 상해서 택배로 보내지 못한다. 오디잼을 만들어 보내는데, 올해 하마터면 시기를 놓칠 뻔했다. 작년 영농일지를 보니 오디잼 만든 날이 6월 12일. 그래서 지난주까지 별 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데, 이웃들이 오디잼을 다 만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얼른 주변 뽕나무밭에 가보니 오디가 끝물이었다. 작년보다 비가 안 오고 해가 많이 떠서 일찍 익었나 보다. 부랴부랴 이틀 동안 열심히 오디 따서 겨우겨우 회원들에게 보낼 오디잼을 만들었다.

계절이 바뀌며 우리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마음이 평화로운 생활이다. 그런데 이런 결심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깨뜨리는 주인공이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역사는 반드시 발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풀리지 않는 분노로 살아가는 요즘, 우리도 주체하기 힘든 마음을 추스르고자 6.10 전주 집회에 다녀왔다. 거기 가서 자리라도 채우고 앉아있어야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서였다. 이웃들과 함께 가서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다 돌아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 뜨거운 6월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