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울주군 두서면 내와길187/010-2375-0748(박정선), 010-2336-0748(조계환)/유기농인증번호 : 07100003

모종 5

올해 첫 모종 옮겨심기 한 날

장수 사람들은 3, 4월을 믿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아무리 올해는 봄이 이르다는 둥, 봄꽃이 활짝 피었다는 둥 하는 말들이 들려온다 해도 말이에요. 3월에 폭설이 쏟아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이고, 4월에도 어느 날 갑자기 눈발이 날리거나 얼음이 꽁꽁 어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불과 이틀 전에도 하루종일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세상에 갇혀 있었답니다. 하지만 확실히 삼월의 눈이 다르긴 하네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던 눈 세상이 불과 이틀 만에 이렇게 말끔하게 변해버렸으니까요. 어제 하루종일 눈 녹아내리는 소리가 졸졸졸 요란하게 들리더니, 오늘은 멀리 보이는 덕유산 꼭대기와 응달진 곳 말고는 눈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기예보부터 살펴봅니다. 날씨가 확 풀려서 오늘, 내일, 모레까지 최저..

2014년 농사 시작, 삽질하며 감자 심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10년째 농사철을 맞이하고 있는 백화골에서도 이런 저런 준비가 한창입니다. 겨우내 가고 싶었던 나라로 여행도 다녀오고 읽고 싶었던 책도 실컷 읽으며 행복하게 보내서인지 농사 준비하는 몸과 마음이 가볍습니다. 사진은 타이완 르웨탄에서 미리 봄을 맞는 모습입니다^^... 가을에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밭 정리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고추 지주대를 정리하고 있자니 ‘아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밭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 참 고요하고 좋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든든한 이웃인 딸부자집 현중이네서 토종 고추와 호박, 옥수수, 오이 등의 씨앗을 나눠주어 고추부터 파종을 했습니다. 물에 불려서 촉을 틔우고 상토 속에 ..

새싹들 이만큼 컸어요!

보름 전에 파종한 올해의 첫 씨앗들이 지금 이렇게 자랐습니다. 하루 종일 온상 온도 맞추느라 이중 비닐을 덮고 벗기고, 담요를 씌웠다 벗겼다, 하우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새싹들 시중드느라 여념이 없는 나날들니다. 그래도 이렇게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새싹들 보면 그냥 너무 예쁘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배추입니다. 씨앗들 중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튀어나와 가장 빠르게 자라는 게 바로 배추랍니다. 지금은 이렇게 하늘하늘 가냘프지만 나날이 자라 밑둥이 굵어질 대파 모종이에요. 대파와 비슷하게 생긴 이놈들은 부추입니다. 한 자리에 무더기로 여러 개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부추는 아예 모종 키울 때부터 이렇게 무더기로 키웁니다. 어릴 때부터 적색이 도는 적양배추 새싹이에요. 브로콜리는 처음엔 이렇게 호리호리하..

여름 냄새

올해의 가족회원 농산물 발송을 1주일 정도 앞두고 있는 4월 마지막 주.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된서리가 아직도 겨울 기운이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라며 마지막 으름장을 놓고 있긴 하지만, 동쪽 하늘에서 해가 한뼘만 올라가 주어도 사방은 온통 봄기운입니다. 추위에 약해 그동안 이불 속에다 폭 감싸안고 키웠던 모종들도 이제 하나 둘 본밭으로 내보낼 때입니다. 고추, 애호박, 오이 모종을 하우스 안에 옮겨 심었습니다. 예전에 의류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자기는 남보다 언제나 한 계절 앞서 산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겨울엔 이듬해 봄 신상품 준비하고, 봄에는 한여름에 어떤 패션이 유행할지 미리 연구한다구요. 오늘 모종을 옮겨 심다 보니 농사일도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고양이망 설치

아침에 모종들을 살펴보다 버럭 성질을 내고 말았습니다. 엊그제 새로 씨앗을 넣은 모종판들 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누군가의 발자국! 토마토 모종판 위에서 시작해, 단호박을 거쳐, 방울토마토까지 유유히 밟고 걸어간 범인의 주인공은 바로 고양이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곳을 찾아 모종하우스 안으로 기어들어온 것이죠. 모종판의 흙은 아주 부드러운 상토이기 때문에,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 흙이 푹 꺼져들어가게 됩니다. 이제 막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발아 준비를 하던 씨앗 입장에서 보면 날벼락이 따로 없는 셈이지요. 고양이가 모종 하우스에 들어와 모종판을 밟아놓고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동안 오이 두세 주, 청경채 서너 주, 배추 한두 주 정도 밟아놓은 전력이 있긴 하지만, 피해 규모가 그리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