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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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23년~2024년

유기농 당근은 작지만 향이 강하고 맛있습니다!

백화골 2024. 8. 2. 21:52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밭에서 일하기도 힘들고 농산물 가격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당근 가격이 비싼데요, 봄장마, 봄저온현상으로 발아가 잘 안 되었고, 갑자기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당근이 커질 틈이 없었습니다. 올해 유기농 당근을 키우면서 새삼 최악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실감합니다.

 

귀농 후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일반 당근이 얼마나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많이 사용한 것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유기농 당근은 향도 강하고 맛있습니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당근을 키우면 못난이 당근이 많이 나오고, 아무리 노력해도 크기가 많이 작습니다. 그래서 유기농산물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가장 당황하시는 작물 중 하나가 바로 당근입니다. 시중에서 큰 당근만 봐오다가, 그렇게 작은 크기의 당근은 처음 보기 때문이지요.

 

- 기후 위기를 반영하는 유기농 당근 농사!

 

올해 백화골 푸른밥상에서는 예년처럼 3월 말에 당근씨를 파종했습니다. 보통 이 시기에 한번 파종하면 그럭저럭 싹이 나오고 어느 정도는 자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4월에 기습적인 저온현상이 와서 당근 싹이 올라오다 많이 죽었습니다. 놀라서 다섯번이나 당근을 재파종했습니다.

 

수확철이 시작되면서 역시나 올해 전국적으로 당근 가격이 엄청 비싸다기에, 크기는 작아도 당근을 꾸준히 수확해 조금씩 꾸러미 회원분들께 보내드렸습니다. 어떤 분은 당근이 너무 자주 온다고, 크기가 너무 작다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작아도 향이 강하고 맛이 좋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올해 당근 유기농 농사 현황이 최근 최악으로 치닫는 날씨를 반영하는 듯 합니다. 이처럼 올해 당근 농사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데, 7월 중순에 농산물품질관리원 담당자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유기농 인증 농가 관리를 하려고 한다, 당근 잔류농약 검사를 하러 가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당근값이 폭등하면서 경남 지역의 무농약 인증 농가 당근에서 화학농약 성분이 검출되어 취소가 되신 분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당근도 검사를 하겠다면서 3kg을 뽑아 가셨습니다.

 

 

1주일 뒤에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친환경 인증 시스템은 인증 받는 농가 입장에서 볼 때 믿을만합니다. 불시에 오시는 경우도 많고, 잔류농약 검사를 하면 보통 3~4년 전에 사용한 화학농약 성분까지 검출이 됩니다. 저희 같은 경우 올해 벌써 세번째로 인증 심사관들이 방문해서 잔류농약 검사도 하고 사후 관리를 하고 가셨습니다.

 

 

- 농가 직거래가 확실한 유기농 살리기 대안

 

올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계속 농산물 중간 유통 업체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못난이 채소 좀 있나요?”, “유기농 당근 있나요?”, “감자 좀 대량으로 구입합시다”, “유기농 완두콩 좀 파세요” 등등. 최근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중간 유통 회사들입니다.

 

이 업체들은 대체로 XXX쇼핑 같은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판매를 합니다. 그럼 회사 수수료 + 쇼핑몰 수수료 + 카드 수수료까지 나가는 것이니 채소 가격 중에 수수료가 반인 셈입니다. 이런 업체들이 많이 생길수록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르고 농부들한테 돌아가는 수입은 더 줄어듭니다. 생협은 그대로 ‘생활협동’을 농부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것이라 수수료도 최대 30%로 상대적으로 적고, 농민들이 가격 결정에 관여할 수도 있어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너무 대기업화 되는 생협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요. 

 

가능한 한 농가에서 직접 농산물을 구입하여 중간 수수료나 거대 자본의 유통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직거래를 하면 농가도, 소비자도 모두 이익입니다. 사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법적으로 농산물 직거래를 육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농협 등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 중간 유통 단계로 지원금이 빠져나가기 쉽상입니다. 실제로 직거래 하는 농가에 지원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백화골 푸른밥상은 큰 회사의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 하기 때문에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30% 정도씩 늘어나고 있는 유기농 농부들이 최대한 직거래를 하면서 ‘거대자본의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면 좋겠습니다. 생태를 복원하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농사 짓는 유기농 농부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