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골 푸른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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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하루/2017년~2022년

꽃비 맞으며 씨앗 심기, 어린 채소 가꾸기

백화골 2021. 4. 17. 22:24

 

벚꽃이 피었다 지며 백화골에 꽃비가 내립니다. 하루하루 숲의 빛깔이 연두색과 분홍빛으로 바뀌어갑니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농사 일이 많은 4월, 바쁘게 일을 하다가도 살짝만 고개를 돌리면 하루하루 바뀌는 숲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자연 속에서 농사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시절입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유기농사에 관심 있는 봉사자들이 찾아와서 농사일에 힘을 보태줍니다.

 

 

전반적으로 기온은 올랐지만 이른 아침엔 여전히 서리가 하얗게 내립니다. 4월 농사일은 최저 기온에 맞춰 이루어지는데, 아직 날이 많이 풀리지 않아 4월 초에 양배추, 브로콜리, 봄배추 등을 노지에 아주 심기 하고, 4월 16일이 되어서야 비닐하우스에 고추, 애호박, 오이, 토마토를 옮겨 심었습니다. 예년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농사 일정입니다.

 

 

2년 전에 한국 여행을 하다 농장 봉사자로 찾아왔었던 레아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대학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러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수업이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몇 주 동안 백화골 농장에 머무르며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함께 농사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던 친구와 이제는 한국말로 대화를 하니 기분이 색다릅니다. 어려운 시국인데도 다른 나라에 와서 여행과 공부를 한다는 것이 참 대단합니다.

 

 

노지에 처음으로 심는 작물은 완두콩입니다. 살짝 추운 날씨에 심어도 완두콩은 잘 자랍니다. 6월에 완두콩을 수확한 뒤 그 자리에 바로 여름 오이를 심으면 돌려짓기 시기가 잘 맞아서 아예 오이도 잘 타고 자랄 수 있게끔 지주대를 높게 만들어 세워놓았습니다. 이 그물망을 타고 완두콩과 오이가 주렁주렁 달릴 날을 기다립니다.

 

 

비닐하우스에 심을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지주대와 유인망을 설치했습니다. 농사와 귀농에 관심 있는 동균님, 하윤님이 봉사자로 와서 일손을 도와주었습니다. 사다리 타고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두 사람이 붙어준 덕에 빠르게 일 진도가 나갑니다.

 

 

땅콩 심을 밭 두둑을 관리기로 만들었습니다. 숲속 한 가운데 있는 밭이라, 봄의 숲 풍경이 정말로 멋집니다.

 

 

한꺼번에 세 명의 봉사자가 일을 도와준 덕에 오랜만에 우리가 경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진평왕릉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김밥밖에 없는 소박한 나들이였지만, 모두들 아름다운 봄빛에 취해 마음을 나누며 오랫동안 대화를 즐겼습니다. 함께 농사일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니, 아직 바람이 차가운 봄날 오후도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