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던 6월도 어느덧 지나가고 이제 7월입니다. 7월부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정말 비가 오긴 올까요. 헛된 기다림에 지친 주변 농민들은 이제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도 잘 믿어지지 않는 듯합니다. 백화골에선 요즘 한차례 수확이 끝난 밭에 새 작물들을 심고 있는데, 땅이 돌덩이처럼 딱딱해 호미도 삽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마르지 않고 나와 주는 샘물이 밭 주변에 있어 아껴가며 작물들에게 물을 나누어주고 있답니다. 한모금의 물에도 다 죽어갈듯 말라가던 작물이 이제 살겠다는 듯이 조금 어깨를 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생명력이 참 강인하기도 하구나 싶습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틴 백화골 채소들, 이번 주에도 가족회원분들의 푸른밥상을 위해 찾아갑니다.
작은가족회원 기준으로 여덟 번째 주 유기농제철꾸러미 발송품목은 대파, 깻잎, 콜라비, 감자, 상추, 애호박, 근대, 치커리, 당근, 피망 등입니다.
대파는 올해 첫 번째 발송이네요. 땅이 하도 딱딱해서 평소 그냥 쑥쑥 뽑던 것을 두 손으로 잡고 뽑아 올렸답니다. 대파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깻잎은 녹색 깻잎과 자주색 깻잎을 반반씩 섞어서 땄어요. 자주색 잎은 정확히 말하면 깻잎이 아니라 차조기 잎이에요. 자소라고도 하지요. 색만 다른 것이 아니라 맛도 다르니까 비교해가며 드셔보세요. 이용 방법은 깻잎과 같습니다.
콜라비는 생으로 드셔도 되고, 깍두기 만들 때처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드셔도 좋아요. 껍질이 두꺼우니까 얇게 깎지 마시고 좀 두껍게 깎아내시는 게 좋고요. 가뭄 때문에 혹시 속에 심이 들어간 콜라비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콜라비를 썰 때 단면을 손으로 만져봐서 까칠까칠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도려내고 드시면 됩니다.
감자 지난주에 이어 한 번 더 보내드려요. 햇감자일 때가 원래 가장 맛있으니까 맛있을 때 많이 드시라고 2주 연속 보내드립니다. 앞으로 한 동안은 감자 발송 예정이 없으므로 두었다 드실 분은 햇볕이 들지 않도록 잘 싸서 그늘지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서 보관하시면 됩니다.
상추는 지금까지에 비해 발송 양이 조금 줄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더위를 유독 많이 타는 작물인 상추를 비롯한 잎채소들은 보내드리는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애호박은 워낙 팔방미인 채소라 요모조모 활용할 데가 참 많지요. 백화골에선 오늘 맛있는 애호박전 해먹었답니다.
근대는 찌개나 국에 넣어 먹기 좋은 채소라 한 번 더 보내드립니다.
치커리라고 하면 길쭉하고 뽀글뽀글한 잎의 치커리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씁쓸한 첫 맛과 달착지근한 끝 맛이 매력인 치커리에는 길쭉한 잎, 둥근 잎, 뾰족뾰족한 잎 등 아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답니다. 이번 주에 주로 보내드리는 치커리는 일명 슈가 치커리라고 불리는 종류예요. 슈가 치커리라고 해서 설탕같이 아주 단 맛이 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치커리들에 비하면 쓴맛이 적고 단맛이 높다는 게 특징입니다.
당근 기다리셨던 분들 많으셨죠? 드디어 올해 첫 당근 수확 시작했습니다. 첫 발송 기념으로 싱싱한 당근잎을 떼어내지 않고 같이 보내드려요. 당근잎은 향이 좋고 부드러워서 요리에 이용하기 좋아요. 잘게 썰어 전을 부치거나, 매운탕이나 찌개에 넣어 먹어도 되고요, 여린 잎은 다른 채소들과 함께 샐러드를 만들 때 생으로 썰어 넣어도 좋답니다. 당근잎을 잘게 썰어 말린 뒤 따뜻한 물에 우려내면 향긋한 당근잎차가 되고요.
피망도 어느새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답니다. 총총 채 썰어서 담백한 볶음요리 만들어보세요.
6월 26일 백화골 & 사람들
요즘 백화골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들은 일본에서 온 미나와 캐나다에서 온 롤란드, 페이지 커플이에요. 미나는 어떤 일이든 깔끔하게, 꼼꼼히 마무리 하는 게 특징이고, 페이지는 무슨 일을 부탁해도 금방 이해하기 때문에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캐나다 상남자인 롤란드는 힘쓰는 일의 대가예요. 5~60kg쯤은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거뜬하게 들고 운반한답니다. 세 사람의 도움 덕분에 가뭄으로 돌덩이 같은 땅 속에서 마늘도 캐고 감자도 캐고 당근도 무사히 캤어요. 며칠 전에는 마침 놀러온 이웃 꼬마 친구들과 함께 저녁 먹고 캄캄한 시골길을 걷는 밤 산책을 했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반딧불이가 꿈결처럼 반짝이며 날아다녔답니다. 반딧불이와의 산책은 이맘때면 백화골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 중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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